#코로나 # 출근 #유리창을 박은 참새
주말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하더니 월요일에는 몸살 난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혹시 코로나 아닐까 싶었는데 새벽부터 열이 오르더니 사십 도까지 올라 도통 내려오질 않았다. 부랴부랴 아침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더니 자가진단키트에 선명히 두줄이 새겨져 있었다. ‘코로나라니!’ 그 두 줄이 믿기지가 않았다.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조제받은 약을 입에 털어놓고 바로 침대에 누워 쓰러졌다. 그렇게 일주일을 정말 나는 내 방에 쳐 박혀 있었다. 그래도 가족하고 같이 사는지라 매 끼니마다 엄마가 직접 밥을 차려 주셨다. 도통 입맛이 없어 아무 맛도 느껴지지 못했지만 우걱우걱 꼭꼭 씹어 무조건 다 먹었다. 약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약은 진통제와 소염제, 기침과 가래를 멈추게 해주는 약으로 조제해 주셨는데 진통제가 들어가서 그런 건지 먹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르면 눈이 반쯤 감기고 몸이 축 쳐졌다. 정말 일주일 내내 밥 먹고 약 먹고 일하고 밥 먹고 약 먹고 자는 것을 반복했다. 마치 신생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홉 시만 되면 할 게 없어서 불을 끄고 잠이 들었는데 피부가 너무 좋아졌다. 역시 밤 아홉 시부터 꿀 잠을 잤더니 피부도 꿀이 되어 있었다. 이거 하나는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회사에 출근하자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직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회사였는데 코로나에 걸려 그 일주일도 집에서 재택을 했더니 첫 입사 출근할 때처럼 낯설게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다. 매번 똑같은 길은 지겹기 마련인데 이런 새로운 기분이 이상하리만큼 좋았다.
출근길에 팀원들 커피까지 사서 그 무거운 노트북과 함께 들고 회사로 향했다. 약 기운에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힘이 나서 그렇게 무거운 걸 낑낑 다 들고 갔는지 참 대단하다 싶었다. 출근하자 생각보다 동료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얼굴이 많이 상했다며 마음 아프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옆의 짝꿍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너무 오랜만에 출근을 해서 그런 가 허리도 아프고 몸도 찌뿌둥했는데 그래도 많이 아팠던 것 치고는 나름 잘 버텼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퇴근 준비를 마쳤다. 너무 신난 나머지 룰루랄라 핸드폰을 보면서 퇴근하는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별이 보였다. 앞에 유리문이 닫힌 걸 모르고 그냥 세게 부딪혀 버린 것이다.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사무실 안에 사람들이 전부 다 빵 터져서 쳐다보았다. 마치 유리창에 쿵하고 박은 참새 같다며 괜찮냐고 물어봐 주었는데 순간 정신이 너무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하… 그래, 이게 나지. 이게 나야.
순간 어떤 남자 동료가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봐줬는데 정신이 없어서
“누가 문을 잠가 놓은 것 같아요. 회사에서 오늘 뭐 촬영한다고 해서 잠가놓으신 건가?” 했더니 그와 함께 그냥 문을 밀자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말았다.
“잠긴 건 아니고 그냥 닫혀 있네요…”라고 말하는 걸 차마 다 듣지도 못한 채 고개 숙이고 감사하다며 나왔다.
하… 이런 나라도 사랑해야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메신저가 띵 하고 핸드폰에 울렸다.
한솔님 덕분에 빅웃음ㅋㅋㅋ
하… 집에 빨리 들어가서 쉬어야겠다고 다짐하며 힘겹게 퇴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