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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지 Mar 05. 2019

[우따따를 기다리는 사람들] 체험단 후기

3.  똥 이야기 편견을 깨는 그림책 '똥자루 굴러간다'

어린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똥, 방구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똥과 방구를 다룬 그림책이 무척 많은데,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똥, 방구 그림책이 많이 없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웠어요. 여자도 크고 구리구리한 똥 잘 누는데 말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체험단 후기 두 번째 책, '똥자루 굴러간다'를 소개합니다.


아이들은 ‘똥’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가만히 있다가도 ‘똥’, ‘방구’ 이런 말에 까르르까르르 넘어간다. 왜 그렇게 좋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 [똥자루 굴러간다]는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끈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세계는 참 다르다.)


7살 딸이 가장 먼저 집어 든 책이 [별나라의 신데렐라]였다면, 5살 아들이 호기심을 보인 책은 [똥자루 굴러간다]다. 역시 ‘똥’이 재미있는 5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양육자인 내가 먼저 혼자서 책을 읽어본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미리 알면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읽어줘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이 남자와 여자의 성별에 따른 편견을 깨주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장 먼저 표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편견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표지를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고 시작했다.


“이 표지의 장군은 여자일까, 남자일까?”

“남자지~!”


역시나 아들은 표지의 장군은 남자라고 확신에 차서 대답한다. 나는 아이가 좀 더 그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진짜? 왜 남자 같아? 엄마가 보기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르겠는데?” 옆에서 딸은 “머리가 길잖아! 여자야!” 말을 보탠다. 그래도 아들은 주인공이 ‘남자’라는 확신에 흔들림이 없다. 


“자~ 책을 한번 읽어볼까? 씩씩한 장군은 어떤 사람일까?”


첫 장면은 어마어마하게 굵은 똥자루가 등장한다. 정말 고약한 냄새가 나는 기분이다. 아이는 “우엑~우엑~ 똥에 콩나물이 있어~” 하면서도 재미있어한다. 똥 한 번 누면 뒷간이 막히고, 똥 두 번 누면 앞길이 막히는 엄청난 똥을 누는 사람이니 이 사람은 분명 장군감이라고 생각한 대장이 명령한다. “나라의 든든한 장군감이 분명하니, 여봐라. 똥 임자를 찾아라!” 부하들은 똥 임자를 찾아 마을 곳곳을 뒤진다. 


그러다 도끼질도 잘하고, 장작을 착착 쌓아 올려 운반하는 힘도 장사, 몸놀림도 잽싼 똥자루 주인을 찾았는데 여자인 거다. 대장은 깜짝 놀라는데 똥자루 주인은 되려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장수 감을 찾고 계십니까? 찾고 보니 여자라 망설여지십니까?
여자인 게 뭐 어떻습니까? 나라만 잘 지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대장은 고민 끝에 그녀를 부 장군에 임명했고, 그녀가 현명하게 적군을 물리치는 모습이 펼쳐진다. 동화가 끝나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씩씩하게 혼자 서 있는 장군이 그려져 있다. 처음 표지를 보고 물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물었다. 


“이 장군은 여자야, 남자야?”

“여자지~”


아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여자 장군을 받아들였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라고 답했다. 책을 읽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장군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응. 세상에는 힘이 세고, 용감한 여자 장군도 있는 거야. 장군은 꼭 남자여야 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똥자루 장군은 힘보다 지혜로 적을 물리쳤잖아. 힘이 세다고 꼭 장군이 되는 것은 아니야.”


남자가 고백하고, 여자는 거절할 때의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몇 마디 말을 보태며 동화 읽기를 마쳤다. 동화는 끝났지만 마지막에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대장이 꽃을 들고 똥자루 장군에게 수줍은 고백을 하는데, 똥자루 장군이 고개를 돌려 거부하는 그림이다.  


요즘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남자든 여자든 사랑하는 법, 상대가 내 사랑을 거부했을 때 감당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아들은 아직 어리지만 상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 상대가 거절했을 때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도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기에 이 그림으로 가볍게 대화를 시도했다. 


“어! 대장이 사랑 고백을 했는데, 똥자루 장군이 싫은가 봐! 대장 속상하겠다. 어떻게 해야지?” 


아들은 의외로 쿨한 대답을 한다. 


“어쩔 수 없지!”

누나와 활동지를 함께 나눠했다.

활동지는 누나와 함께 나눴다. 똥자루 굴러간다의 활동지는 여자임에도 힘이 센 사람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시작한다. 이어서 동화책 내용을 다시 곱씹으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똥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한다. 각각의 활동지에는 “커다란 똥을 그린 후 똥자루 장군처럼 힘이 세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 나눠봐요”와 같은 멘트가 있어서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떤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3,4번째 활동지는 조금 아쉬웠다. 퍼즐 맞추기의 경우 맞춰야 할 퍼즐이 스티커라면 더 쉽게 놀이를 했을 텐데 단순히 찾는 것에서 끝나서 아이들이 퍼즐의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4번째 활동지는 먹은 음식을 보고 똥 주인을 유추하여 선을 이어주는 것이었는데, 너무 일회성으로 끝나는 활동지라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그래도 주제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이라 웃으며 활동지를 할 수 있었다. 아이는 누나가 그린 야무진 똥 그림에 색연필을 마구마구 칠하면서 “이건 설사 똥이야!” 한다. 아직 그림을 잘 못 그려서 마구 칠하는 거면서 설사 똥이라고 무마하는 재치에 웃는다. 


일상에서 쉽게 나누기 어려운 대화를 [똥자루 굴러간다] 동화책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면서 성별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딱따구리는 아이들이 주저 없이 자신의 미래를 충분히 상상하며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딱따구리가 단단한 나무를 뚫듯, 아이 곁에서 차별과 고정관념을 뚫는 서비스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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