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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맑은물 Mar 08. 2024

색깔

사랑받는 대통령 (모니카 페트 글/안토니 보라틴스킨 그림, 김경연 옮김)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좋아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대통령이 있었어. 그 전 대통령은 국민보다 돈을 좋아했지만, 이번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어. 다양한  옷을 입은 백성은 행복했고 집들도 각각의 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꽃밭 같았어. "가지각색 다채로운 나라가 행복한 나라지요."라고 대통령은 말했어. 곁에 있던 장관들도 고개를 끄덕였지.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때가 되었지. 그런데 새 대통령은 더 부자가 되고 더 큰 세력을 갖고 싶어 했어. 장관들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용기가 없었지. 새 대통령은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어. 자기 이익만 따지고 겉치레가 몹시 심했지. 화려한 성을 짓게 하고 수백 벌 옷을 만들게 했어. 스스로에게 수여한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고 황금 마차를 만들게 했지. 국민이 납들 할 수 없는 세금으로.

  마차 타고 지나가는 대통령에게 손 흔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다. 이에 화가 난 대통령은 국민에게 검은 옷만 입도록 벌을 내렸어. 모든 집도 회색만 칠하도록 했으며 그림은  지우게 했지. "오늘부터 어떤 색깔도 금지한다." 사람들은 곧 그림자처럼 되었어. 거리에는 검은색과 회색만 존재했지. 대통령만 빼고 말이야.

  불평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이렇게 살 수는 없어", " 대통령을 내보내야 해"라며 저항했지만, 모두 체포되었지. 감옥은 사람들로 가득 찼어. 사람들 마음속도 마을처럼 온통 잿빛이었어. 사람들은 점점 입을 다물었지. 그래도 대통령은 만족하지 않았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을 뽑고 나무를 베어 버렸어. 넘실대는 바다를 보지 못하게 높은 담을 쌓았지. 아름다운 색깔을 보려고 사람들이 담을 오르면 군인이 사람들을 붙잡아 감옥에 가두었어.


  국민이 슬프고 우울해질수록 대통령은 유쾌해졌어.


  하지만 무지개만큼은 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지. 비가 내린 뒤 해가 나면 사람들은 밖으로 달려 나가 춤추고 노래 불렀어. 그 순간에는 불안을 잊었지. 그 모습을 보자 "무지개는 색깔이 있어!" 라며 대통령은 울부짖었어. 오로지 자기만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통령은 안절부절못하면서 학자들에게 무지개를 쫓아낼 방법을 찾으라고 명령했어.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학자들은 마법사를 찾았지.

  할머니마법사는 마법에 필요한 약초를 요구했어. 신속하게 마련된 약초로 할머니는 파란 즙을 만들었지. "이걸 마시면 무지개 색깔이 사라질 거요. 생각이 현실이 되는 거지요"라고 말하고는 의심하는 대통령 앞에서 할머니가 먼저 파란 즙을 마셨지. 할머니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안심한 대통령은 파란 즙을 단숨에 마셔 벼렸어. 그러자 대통령은 몸이 떨리고 얼굴이 창백해졌지. 주위를 돌아보니 방 안 물건들에서 색깔이 다 사라지고 없어지는 거야. 비단 커튼도 번쩍거리는 반지와 훈장도 윤기를 잃었지. 모든 것이 우중충했어. 대통령은 속이 메슥거렸고 기분이 몹시 나빠지면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

  마법사 손에는 해독제가 있었어. "이 해독제는 색깔을 모두 되돌려 줄 것이오. 이 을 마시면 다시는 색깔을 금지하지 못할 것이오. 색깔을 금지하려고 마음먹자마다 숨이 막힐 테니 말이오." 마법사는 낮은 소리로 말하고는 미소지었지. 대통령은 자기 목을 움켜잡고 괴로워했어. 결국, 색깔을 다시 허락한다는 문서를 만들어야 했지. 다시 대통령을 뽑아도 된다는 문서도 써야 했고. 대통령은 한숨을 쉬더니 해독제를 마셨어. 사실은 해독제를 마시지 않아도 두세 시간 지나면 파란 즙 효과가 사라지거든.

  새로 뽑힌 대통령은 가장 먼저 감옥 문을 열게 했어. 사람들은 세상에 있는 모든 색을 볼 수 있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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