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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Nov 06. 2016

작아질수록, 마음 열기

난민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심리 치료에 대해 많이 접하게 되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으며 위험에 노출될 때는 마음을 보호해주는 요소들이 있다. 크게 세 가지로 생물학적, 환경적, 그리고 개인적인 요소로 나뉜다. 생물학 적 요소는 타고난 유전적인 특징과 우리 뇌와 반응 구조, 호르몬 등의 작용이다. 

환경적 요소는 우리가 살면서 노출되었던 경험,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나의 위치와 역할 들. 그리고 개인적인 요소는 나의 성격, 기질, 대처 능력과 같은 점들이다. 생물학적 요소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환경적 요소와 개인적인 요소는 변수가 클 수 있다. 난민들의 경우에는 재난이나 전쟁과 같은 큰 사건을 겪으며 이전에 살던 환경에서 급격히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환경적 요소가 오히려 위협 요소가 된다. 또,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네트워크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에도 제한점이 많이 따른다. 그래서 더욱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비교하기가 좀 무리일 수 있지만, 나도 내게 익숙했던 시스템을 떠나오며 이런 보호 장치를 몇 가지 떼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의 성격, 대처 능력이 더욱 부각되며 나를 더 호되게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 마음이 충격과 위험에 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은,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완충 능력 Resillience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탄성을 가지고 내 마음을 제 상태로 회복하는 능력. 불확실한 미래와 확실한 위기 상황 속에서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확실한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 능력을 위해서는 내 마음부터 활짝 열어야 한다. 나 스스로 내 감정과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받아 들 일 수 있어야 한다. 못난 마음과 싫은 감정들도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 인정해줘야 한다. 


또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 타인 또한 내 보호 요소를 탄탄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타인의 마음을 열어 보여줄 수도 있다. 이전에는 두려움이 컸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기에는. 그리고 내 마음을 다 보여주고 난 다음 상대방과 혹시나 틀어지거나 그저 별 이유 없이 멀어질까 봐. 근데 지나고 보니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저쪽에서도 그러기엔 힘든 거다. 어쩔 때는 적당한 대화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 급급하다 보니 정말 좋은 사람들과 잡을 수 있었던 손을 뻗지 못한 것 같다.


한국에 두고 온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만큼 새로 형성하기 힘들고 놓치기는 참 쉽다. 내가 속해있던 관계들, 사람들, 이런저런 모임들도 나 없이도 흘러가고 나 없이도 다들 잘 살아간다. 나이는 나이 때로 먹어서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내 사람일 수 있을까. 자꾸만 되새긴다. 내 사람이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나친 인연들에 대한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지금 여기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소중하게, 좀 더 살갑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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