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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Nov 06. 2016

더욱 충만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

Jumk mail, 98세 마리 할머니가 홀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

이 다큐멘터리를 처음 봤을 때 내 마음에 강한 여운이 남았다. 

그 이유를 처음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나도 가끔 마리 할머니 처럼 "텅 비어 있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 인 것 같다.

여기서의 생활이 매 순간간 빛나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사무치게 외로울 때도 있고, 그 누구도 날 이해 못하는 것 같아 이유 없이 억울할 때도 있다. 

그런 텅 비어버린 시간들이 처음엔 너무 싫어 외면을 했었고.

지금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떨어져 보내는 이 시간들에 대한 비싼 값이라고도 생각을 한다. 하루 하루 내가 놓치는 내 주변 사람들의 희로애락, 그리고 평범한 순간들. 또 그 사람들에게 있는 나의 부재가 내가 한국을 떠남으로서 선택한, 기회 비용이다.

그래서 더 의미있고 충만하게 시간을 채우고자 계속 고민한다.


“Junk mail”은 98세 마리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 짧고 감성적인 다큐멘터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혼자 사는 마리 할머니. 할머니는 매일 노인 센터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남은 시간들은 온전히 홀로다. 그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만의 방법이 있다. 
바로 광고지를 찢어 버리는 것이다. 
할머니는 비웃지 말라고, 자신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나이 듦에 대한 마리의 이야기, 어쩌면 노인들 사이에서는 그리 드문 경우가 아닐 수도 있겠다. 
출처: A Vignette of Growing Old, Nov 17 2015, Video by Voyager, Author: Jaclyn Skurie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98세 할머니, 마리.

할머니의 모습으로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할머니는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장면은 노인센터로 바뀐다.

노인센터에 매일 오는 98세 마리 할머니

이어지는 요양사의 설명.


"노인 센터에 오는 노인들 중에는 80, 90대도 있지요. 

자식들이 이제 손자 손녀를 볼 나이니 이분들은 점점 옆으로 밀려납니다.

자식들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죠. 그렇다고 뭔가 하기에도 힘든 나이죠.


그래서 어르신들은 여기로 옵니다."


 자신을 카메라로 촬영한다는 말에 마리 할머니는 정말 기뻐한다. 

"나를 찍는다고? 어머나 세상에!"

할머니는 노인 센터에서 친구들과 밥도 먹고, 게임도 하고, 춤도 춘다. 

노인 센터에서 보내는 하루.


요양사는 말한다.


그분들이 다시 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게 되어 내일 나오지 못한다면.

마지막이었던 오늘을 즐거웠던 하루로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저녁이면 노인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마리 할머니도 버스에 올라타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우울해보이는 할머니


집에 온 할머니와의 인터뷰.


(질문) 여기 사는 게 즐거우세요?


"네, 뭐 싫진 않아요. 내가 또 어딜 갈 수 있겠어요.

난 잘 보지도 못하고, 잘 듣지도 못해요. 

내 조카딸이랑 살 수도 있겠지만 걔도 자기 식구가 있으니까."


(질문) 노인 센터는 어때요? 도움이 되나요? 친절하던데요. 


"나는 아침만 기다려요. 노인 센터에 다시 가고 싶어서. 

노인 센터 가는 거, 정말 좋아해요. 

친구들도 만나고. 얘기도 하고.. 

그리고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같겠지.

여기엔 아무도 없어요."


"(혼자 있는 시간에) 

내가 뭘 하는지 알아요?

웃지 말아요."



"광고지가 오잖아요. 

나는 그 광고지를 찢어요. 

찢고 

또 찢고.

자르고 

찢고.

그 조각들을 모아

봉투에 넣고

쓰레기통에 버려요."



"나도 뭔가를 하긴 해야 하니까요. 

뭐라도 안 하면 정신이 나가버릴 테니까.. "


할머니의 이런 모습을 보며 요양사는 눈물을 훔친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노인들이 집에 돌아가고

 저도 제 삶과 가족에게 돌아간 후

노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와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요. 

오늘이 나의 날인가 봐요. 평생 오늘을 못 잊을 거야."

배웅을 하고도 오랫동안 문앞을 떠나지 못하는 할머니
그와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화창한 할머니 집 바깥의 풍경


그리고 다음날, 할머니는 다시 노인 센터에 간다.

다른 노인들과 보내는 하루.


게임도 하고 다들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왠지 서리는 외로움. 


하루가 저물며 다큐멘터리 촬영도 마무리된다. 

마리 할머니는 너무나 아쉬워한다.

한 명 한 명 포옹을 하고 손을 잡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쉽게 놓치 못하는 손



그리고 다시 집을 향하는 노인센터 버스.


마리 할머니는 오늘 밤에도 광고지를 찢으며 시간을 보낼는지.

다큐멘터리는 끝났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다.

다큐 촬영하던 이틀 간이 할머니에게는 얼마나 특별한 시간이었을지.


그리고 남은 인생 동안 마리 할머니가 홀로 보낼 시간들.

그 시간들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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