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으로 인생 1막 끝자락에서 느끼는 것들을 적어보겠다.
1. 나의 인생 1막은 시행착오의 연속과 배움의 연속이었다. 나는 어리다는 것, 무지하다는 것이 끔찍할 정도로 무섭게 느껴진다. 내가 그 무서운 무지의 기간을 넘기고, 성숙으로 나아가 결국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기쁘다.
2. k-pop 아이돌 두 번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 배우 (아이돌마스터 kr), 크리에이터 (듀자매), 작가( 2022 콘텐츠가 전부다), 칼럼니스트( 여성경제신문), 강연가 (세바시 등), 외래교수 (동서울대학교), 라디오 DJ (듀자매의 story music), 모델 (자담선 등), 독서클럽 클럽장(트레바리), 회사원( 트레져헌터), 연극배우(체홉 여자를 읽다) 등등... 인생을 살며 해 보고 싶었던 직업과 일을 다 경험해 봤다. 원 없이 일을 했다. 열정을 다 해 뭘 해도 즐겁게 최선을 다했다. 일에 대한 미련이 없다. 요즘은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2막에 들어가 조금 쉬며 미친 듯 몰입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3. 원 없이 여행을 했다. 자전거로 독일부터 폴란드까지 800km를 달렸고,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길을 걸어서 완주했다. UMF 마이애미, UMF 크로아티아에 참가해 며칠밤을 새우며 미친 듯 춤을 추며 놀기도 했고, 코첼라페스티벌에 가 사막 한가운데서 음악을 듣기도 했다. 젊음을 무기 삼아 거침없이 세계를 여행했다. 여행에 대한 미련이 없고, 노매드 생활도 다 해봤으므로 이제는 정착이 하고 싶다. 여행이 지겨워졌을 때의 슬픔을 아는가? 그래서 이제 나는 아껴가기로 했다. 일 년에 1-2 곳이 적당한 것 같다. 몇 년간 매달 한 번씩 해외 나갔으니.. 무슨 승무원도 아니고.. 앞으로는 아껴 다녀야지.
여행한 국가 30개국
아시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몽골, 라오스, 인도, 마카오, 필리핀, 대만
유럽: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체코,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모나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메리카: 미국
중동: 아랍에미레이트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
4. 언니들은 내게 조언했다. "해볼 거 다 해보고, 후회 없이 다 해보고, 지겨울 때쯤 결혼해. 그래도 늦지 않아" 내 지금 상태가 딱 이렇다. 일, 여행, 경험.. 솔로로서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 본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언니들의 말처럼 이대로 쭉 가다간 지리멸열해질 것 같다, 이제 뭐 하지... 할 때쯤 사랑하는 이가 짠! 하고 내 인생에 등장해 주고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되었다.
5. 이어서 인생의 어느 한 단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는 건 나는 지겨워서 못 할 것 같다. 결혼과 육아라는 새로운 다음 단계의 task들이 기대된다. 좋은 일만 있겠는가? 매우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좋은 일만 재미있나? 힘든 일을 이겨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아프며 성장하는 그 자체가 인생이 아니겠는가. 성장을 기대한다.
6. 인생 2막 준비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다. 결혼 소식을 전하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인연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웨딩 촬영도 재미있고, 집 고르고 가구 고르는 것도 재미있고, 생전 못했던 효도를 한방에 몰아서 하는 이 기분도 끝내준다. (엄마가 내 결혼을 너무 좋아한다... 한 게 없는데 효녀 된 느낌)
7. 인생 1막의 끝에서 삶을 되돌아보며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밀려온다. 특히 엄마. 나는 엄마와 평생 싸웠다. 자유롭고 충동적인 성향의 나와 보수적인 성향의 엄마는 항상 부딪쳤다. 엄격한 엄마에게 혹독하게 교육받았던 나.. 자라면서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결국 엄마 덕분에 내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1막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이 만족할 수 있게, 나를 지켜주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이끌어줘서 고마워요 엄마. 엄마는 100점짜리 엄마야. (당연히 아빠도!)
8. 결혼 준비를 하며 결혼을 했거나 혹은 준비하는 친구들과 더 친해진다. 공통점이 생기니 이야기할 거리가 넘쳐난다. 결혼한 내 친구들은 모두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너무나 행복해한다. 하나같이 남편을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콩깍지라 할 수 있겠으나, 모두 자기 남편이 엄청 잘 생겼다 생각하고 예뻐한다. 나 또한 같은 마음인데..! 이 마음을, 이 기쁨을 함께 공감하며 나눌 수 있어 기쁘다.
9. 고난은 축복의 통로였다. 모든 고난은.. 축복으로 가는 하나의 통로였다. 고난을 통해 성장했고, 성숙해졌으며, 더 좋은 길로 가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많은 고통에도 감사하다. 내 고통은 의미 있는 고통이었다. 내 모든 고통은 의미를 찾았다!
10. 2막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너무 애쓰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는 부드럽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단단하고 또렷하게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