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아름다워지는 것.
결혼식을 3개월 앞두고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기승전결 중 결을 이야기하자면, 너무 재미있다. 이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질 정도로 재미있다.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한 사람들이 또다시 결혼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이 재미 때문인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재미있다. 이 세상에서 정말 많은 재미를 느꼈지만, 이건 또 새로운 재미이다.
아이작을 만나기 전에 내 가장 큰 재미는 성취였다. 소셜미디어에서 기록적인 '숫자'를 남기는 재미, 시그니처 한 장소에서 강연을 하게 되는 재미, 새로운 일을 따내는 재미 등등..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순간들의 재미를 느끼며 정말 즐겁게 살았다. 여행하는 재미도 엄청났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언어,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세계를 탐미하는 재미가 아주 컸다.
신혼의 재미는.. 소소한 일상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 독서, 물 마시기 모닝루틴을 함께하고 잠깐 일을 한 뒤 같이 요리를 시작한다. 나 하나, 아이작 하나, 각자 한 가지 요리를 하고 집 베란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날씨 속에서 달콤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각자가 열심히 만든 요리를 먹는다. 꿀맛인 점심을 먹고 나면 선크림을 바르고 40분에서 1시간 정도 집 앞을 산책한다. Rancho Palos Verdes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매일이 다르게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은 도시빌딩을 아주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아름다움이다. 얼마 전 출장으로 DC에 갔었는데 분명 아름다운 도시인데도 계속 집생각이 났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의 극치다. 그 어떤 인위적인 것도 자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는, 자연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무척이나 부러워졌다. 아무튼,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를 한 시간 산책하고 돌아오면 각자 할 일을 한다.
저녁 식사도 각자 한 개의 요리를 한다. '성장''성공'등의 주제로 덮여있던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제 '요리'가 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며 하루 한 개의 요리를 도전해 본다. 오이소박이, 계란말이, 김치찌개, 삼겹살 맛있게 굽기 등등.. 요리를 시작하며 내가 앞으로 요리를 무척이나 사랑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손으로 짓는 집밥이 너무 맛있다. 뿌듯하고 행복하다.
자기 전, 우리는 룰을 만들었다. 먼저 핸드폰을 절대 침실로 가져가지 않을 것! 핸드폰을 밖에 두고 침실로 들어와 각자 하루에 감사했던 것을 3가지씩 나눈다. 그리고 세상 근심 없이 잠에 든다.
이것이 신혼의 즐거움이다. 소소한 일상이, 아름다워지는 것.
하나님께 감사하다. 온유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남편을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하나님이 천국을 지었다면 딱 이렇게 지었겠구나 하는 곳에서 살 수 있게 허락하심에 감사하고, 집 앞에 좋은 교회가 있음에 감사하다. 집 5분 거리에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딱 내 스타일이다. 찬양이 좋고,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1시간을 깊은 밀도로 꽉꽉 채우는 예배, 집 가깝고, 커뮤니티가 잘 활성화되어 있는 교회. 모든 것에 감사 또 감사한다.
오늘의 신혼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