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통 Jul 16. 2023

짐승만큼이라도.

- <짐승처럼>을 읽고

내게서 벗어나려는 별나와 그런 별나를 더 꼭 끌어안는 나. 별나는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 잠이 들었다. 그 순간 별나에게 각인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꼭 끌어안는다는 것을 누군가와의 이별로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 - 24P.

마음대로 하세요. 사실을 말할 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거짓말을 한 셈이 될거예요. 얘는 유나니까. 그것만 진실이거든요. 그리고 당산이 입을 여는 순간 유나는 갈 곳을 잃을 거예요. - 128P.

 

#짐승처럼 #임솔아 #소설

 

오랜만에 서포터즈를 신청한 후, 당첨이 되어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핀 시리즈를 전권 소장한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데, 일을 하던 도중 모집 게시글을 보게 되어 잠시 내팽개치고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대표님 죄송.

 

어렸을 때, 가게에서 키우던 개 도베르만이 병 때문에 죽고 묻어줄 때, 옆에서 동생처럼 자라던 셰퍼드가 옆에서 울부짖었다고 아빠가 이야기했었다. ‘개만도 못한 새끼들 많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점점 자라날수록 사람만큼 극과 극인 동물이 어딨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짐승처럼>이라는 제목을 만났을 때, 나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늑대소년’ 같은 판타지일까 하고 생각했다. 초반까지는. 아 전혀 다르구나. 짐승에서 사람이, 그리고 다시 사람이 짐승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게 됐다.

 

소설의 틀은 채빈과 예빈 자매가 함께 살게 되는 과정과 별나와 유나를 통해 진짜 가족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틀 내에서 ‘짐승’과도 같았던 이가 ‘사람’으로 자라나고, ‘사람’들이 얼마나 ‘짐승’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정말 몰입감 있게 보여줬다. 어떻게 보자면 말장난 없이 정말 진지한 소설이지만, 끌어가는 힘은 넘쳐서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물론 읽는 나에게 분노를 주는 순간도 있었지만.

 

불가능한 관계라는 평(해설)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어려운 관계는 맞다고 생각한다. 다가가려는 시도가 이미 있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는 성장소설의 형태를 띤 동시에,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때는 아직 어려서, 어리석어서 말을 못 했다면, 자라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은 다르니까.

 

개인적으로 읽는 도중 몇 년 전 동물보호센터(안락사)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보다 전에 봉사 활동을 주로 갔던 곳이 유기견 센터다 보니, 참 묘한 감정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갔던 센터는 안 그랬던 것으로 알고, 그렇게 믿고 있지만 어른의 사정이란 건 또 알 수 없는 거니까.

 

죽음과 짐승이 도사리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힘이 느껴지다보니 마냥 어둡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이 공동체에는 짐승도 사람도 모두가 속해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더 다양하고 어려운 것이지만, 동시에 하나가 될 때 서로에게 주는 힘은 더욱 크다. 짐승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짐승처럼 조금 더 단순히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곤 한다.

 

단순한 게 나쁜 것도 아니고, 그들도 각자의 이해관계는 있을 것이다. 그걸 휘두르는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악이지, 그런 의미에서 알아가는 이런 혐오는 알아두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새 그런 악이 될까 봐 무섭기도 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보다, 반려가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보고 싶다. 임솔아 작가 스스로도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에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반려와 공동체들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어두움들은 오히려 항상 더 좋은 걸, 빛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이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