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를 고
나는 내 마음을 멍하게 쳐다봤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난 후 뿌옇게 어지럽혀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처럼. 그때는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안다. 그런 착각이라도 있어야 했다고. - 23P.
기쁨의 렌즈로 세계를 바라볼 때, 사소한 일들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바뀔 수 있다. 기쁨은 삶을 최대한의 능률로 끌어올릴 수 있는 치트키이다. - 116P.
발견의 순간이 온다. 무심하게. 이런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영영 모르고 있었을 그 사람의 표정과 얼굴, 흐릿하게 떠오르는 무언의 감정, 오직 나만이 포착해 낸 그 짧은 순간이 중복 없는 데이터 파일로 변환되어 선명하게 각인된다. - 131P.
#당신의눈부심을발견할게 #이옥토 #강혜빈 #한소리 #김이인 #에세이
읽게 된 이유는 단순히, 이옥토 작가와 강혜빈 시인의 글이 기대돼서, 정확히는 마침 강연이 있어서였다. 그것보다 흥미가 있던 것은 보통은 ‘사진’이 들어갈 법한 부제에 ‘표정’이 들어간 게 부분이었다. 왜 표정일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오히려 앞서 언급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작가들은 각자의 감정에 맞춰 이야기해나간다. 사랑, 기쁨, 슬픔, 고독. 어쩌면 감정 에세이가 맞다고 생각할 때쯤, 조심스럽게 건네진 사진들을 보게 된다. 일상에서 눈부신 순간들을 만났을 때, 감정보다 먼저 있던 것은 그 순간 자체라는 걸 왜 간과했을까. 각을 잡지 않아도 사람과 만났을 때 가장 감정이 증폭되는 순간은 그 사람의 얼굴, 그리고 흔적을 보았을 때일 텐데.
이야기는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고 수십 장의 사진들을 보게 된다. 각자의 눈부신 순간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딨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표정이 먼절까, 감정이 먼저일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이가 있단 것.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누군가 바라보는 순간 읽을 수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사랑스럽고 기쁜 얘기만 가득할 것 같은데, 슬픔과 고독도 책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이다. 이것들이 부정적인가에 대한 논쟁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담담하니까. 지금 이 정도로 슬프고 고독한데, 그냥 그래요. 하고 글로도, 표정으로도 말해준다. 슬퍼지는 게 아니라 나의 고독과 슬픔에 대한 표정과 생각을 담담하게 정리해보게 된다. 더 알아가는 느낌으로.
잘못 찍기도 하고, 생긴 게 자랑거리는 아녀서 셀카를 안 찍다 보니, 내 표정을 직접 마주하는 일은 어쩌다 거울을 볼 때 빼고는 없다. 심지어 표정이라기보단 얼굴이고. 그렇기에 내가 종종 짓는 표정들을 상상해봤다. 웃겨서 웃을 때, 행복해서 웃을 때, 냉소가 튀어나올 때. 웃음만 하더라도 정말 다양하든 걸 처음 인지했다. 콧구멍 드릉드릉하며 행복하다는 순간에는 보통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단 것도 알게 되었고.
읽는 동안 내 표정이 어땠을까, 적어도 무표정은 아니었다는 건 확신한다. 한 번 인지하면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입꼬리가 찢어질 것 같진 않아도 꽤 힘이 바짝 들어갔었으니까.
책을 읽고,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자신이 표정을 짓는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는지, 대강 어떤지를 알고 있는지. 인지는 하지만, 생각보다 무심결에 넘어갔다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한다. 감정이 드러나는 중요한 부분인데, 참 무심결에 넘긴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쓰고 있을 땐 입꼬리 슬슬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왔다. 일단 오늘의 끝은 무표정인 걸로.
여담으로 구매한 한 곳(북티크)에서 바로 다 읽고, 며칠이 지나 그곳에서 강연을 듣는 끈끈한 경험이 생겼다. 감기 걸리고 난 다음 이 정도면 일상의 눈부신 순간 아닌가. 강연 내내 나뉘었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해석보다는 감독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