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독후감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마음을 덜어내거나, 숨기지 않고 (혹은 숨기지 못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반짝인다. 좋아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기쁨, 미처 발견되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 ‘좋아한다’는 순수한 열정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것이 좋다. 작가의 즐거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책의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읽을수록 구성을 좀 더 뜯어보게 되었다. 듣는 음악이 아닌 생각하는 음악을 이야기한 점, 입말로 쉽게 풀어내어 술술 읽혔던 점, 표준어-사투리와 ‘틀린 음악’을 예로 들어 ‘정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준 점이 특히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보와 QR코드였는데, 덕분에 청각을 담을 수 없는 책의 한계가 보완되어 똑똑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결된 유튜브 링크가 갑자기 닫혀버리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들었지만,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거나 뒷이야기를 읽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테마곡을 꼽자면 Varese의 <Tuning up>이 아닐까. 세상에 이미 있던 것을 다르게 본 작곡가의 관점과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시각에서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의 관점. 두 사람의 지향점이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주변부를 살펴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씨, 조금 다르게 보고 새롭게 발견하는 호기심.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힘껏 좋아하는 마음. 기획할 때에도, 일상에서도 잃어버리지 말자고 생각하며 음악을 '생각'했다.
트레바리 덕분에 읽게 되었는데, 평소의 내가 선뜻 고를만한 책이 아니어서 더 감사한 기회였다. 클럽장님 덕분에 작가님을 직접 모시고 책 바깥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연을 워낙 잘하는 분이라 너무너무 재미있게 들었고 이야기에 흠뻑 취해 질문은 못했다. 부끄러워하시는 작가님 졸라 사인도 받았고! 책을 보면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