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춤토르 <분위기>, <건축을 생각하다> 독후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떠올랐다. 공공일호. 오랫동안 샘터사옥으로 불렸던 이 건물을 나는 사랑한다. 오랫동안 사랑해왔고, 오래도록 사랑할 건물.
공공일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나만의 그림자 스팟이다. 지는 해가 길게 들면 5층 계단참 붉은 벽돌에 주홍빛 그림자가 진다. 곡선이 하나도 없는 건물이라 그림자도 자로 잰 듯 각 잡힌 모양이다. 그렇지만 볕의 따스함을 품고 있어 차가운 직선은 아니다. 계절에 따라 빛의 느낌도, 따뜻함도, 빛이 드는 자리도 다르다. 겨울에는 따뜻한 난로 같은 빛이, 봄에는 순하게 스며드는 빛이, 여름과 가을에는 더 밝고 흰 빛이 든다. 나는 이 그림자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이토록 공공일호를 사랑하게 된 것은 이곳에서 보낸 시간 덕분이다. 공공일호 곳곳에는 파랑새극장에 연극 보러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다섯 살의 나, 건물 전체를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커뮤니티를 만들던 스물여덟 살의 나, 그리고 공간을 멋진 경험으로 가득 채워보려는 서른 두살의 내가 가진 기억들이 스며있다.
지난 5년 동안 운영자로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점은 공공일호가 꽤 많은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떠올리면 기분 좋아지는 곳’으로 기억된다는 것이었다. 페터 춤토르는 ‘사람들이 건물들을 사랑하면 나도 사랑하게 된다 (<분위기> p.65)’고 썼는데, 나는 이 문장을 반대로 읽어보았다. 나만의 방식으로 건물을 사랑했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도 공공일호를 좀 더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오래된 건물을 지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아끼는 건물이 앞으로도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 그리울 때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추억을 나눌 수 있으니까. 사랑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