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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25. 2021

바다 건너, 너에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영상통화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지.


4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내가 널 찾은 후, 그 2달의 시간동안 너와 매일 매일 장문의 편지를 주고 받았지.

생각해보면 우린 참 성실했어.


너의 SNS 아이디를 알게된 후부터는 이제 너와 매 주 메신저를 주고받으면서 안부를 묻고 있지.

물론 주로 너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건 나지만 말이야.

나는 내 이기심으로, 너의 외로움을 내가 채워주고싶어서

그리고 네가 좋아서 매주 내가 먼저 연락하고 널 괴롭혔었지.

귀찮았을텐데도 다 받아준 네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리고 미안했던지...


그 날도 그렇게 내가 너에게 먼저 안부 인사를 했고 주말 내내 연락을 하다가 그래.. 이렇게, 가끔이라도 연락이 닿으면 좋은거라고 생각하자, 이제 매주 널 괴롭히는 일은 그만 해야겠다, 이제 진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날, 처음으로 네가 먼저 나에게 물었지.

"다음 주 주말엔 뭐해?"

"아직 계획은 없어, 왜?"

"같이 이야기하자, 너 괜찮으면."

처음이어서 놀랐지만 내심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목요일부터 휴일인데 할 게 없다는 너에게

그래, 내가 너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나눠 짊어질 수있는 사람이 될 수있다면,

내 토요일 저녁의 모든 시간 동안

너와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차를 마시며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눌거라고 생각했어, 언제나처럼.

왜냐고 묻는다면 너라서, 내가 널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을거야.


"준, 한국 와!"

어젠 내가 이 말과 비슷한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게...

'준, 한강 가자!'

'준, 삼계탕 먹으러 가자!'

'알았어, 준, 잡채랑 삼겹살 사줄게.  다이어리에 적어둘게. 얼른 와!'

그럴 때마다 너는 호방하게 웃으며 그래그래, 나 초대해 줘. 곧 가. 내일 가면 비행기타고 2시간이면 가. 라고 말했지.

"가깝네, 한강 가자, 얼른 와!"

"그래,그래."

그리고 정적이 조금 흘렀어,

나는 장난꾸러기 어린 여자아이 마냥 너에게 말해봤지만, 지금은 그럴 수없다는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 한국은 외국인이 2차접종 받았으면 해외에서 들어갈 때 격리 안해?"

"똑같아, 바뀌지 않았어..."

너는 2차 접종까지 다 끝낸 상태인데,

그 어느 곳도 여행을 할 수 없지,

그리고 한국은 이렇게나 가까운데...

너를 공항에서부터 데리고 네가 10년 전에 왔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한국의 이곳 저곳을 소개해 줄 사람이 여기 이렇게 있는데도 너는 오지를 못 하니...


"이 상황이 끝나면, 넌 어디 여행 가고싶어?"

너의 질문에,

나는 고민 않고 바로 말했어.

"일본에 갈거야. 말했잖아, 나 일본 모른다고."

'그리고 너를 만나러.'

이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어.

만약 술을 마셨더라면 이 마지막 말까지 입 밖으로 뱉어냈을지도 모르겠어.


"내년까지 기다려봐야지, 뭐. 올해는... 해외 여행은 불가능하겠다."

"그러게. 기다려보자."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 끄덕 했어.

고개를 푹 숙였기에 너는 어떤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


_

가깝고도 먼 나라에 살고있는, 인정이 가득한 사람아.

네가 말한 것처럼, 내년엔 우리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언제쯤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살아가고 있는데

모든것이 멈춰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그래도, 다시 만나는 그 때까지 계속 이렇게 연락하면서 살아가자.

이 이상한 인연이 언제쯤 끊어질지 모르겠지만

만약 너에게 연인이 생긴다면,

나는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것 같아.

하지만,

축하해줄 수있도록 노력해볼게.


다정하고 섬세하고 호탕하고 예쁜 미소를 가지고 있는 너를

내가 많이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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