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다시 만날 때마다 꼭 안아줄게
주말에도, 서너시간이라도 꾸준히 일을 해야지,
하루라도 건너뛰면 감도 잃는 것 같고 일하는 모드로 들어가는데에 한참이 걸린다.
서너시간인데, 아이아빠가 그정돈 걱정 말라고 무던하게 아이를 맡아주면 참 좋을텐데, 아이는 아이대로 낮잠시간에 엄마가 없으면 운다고 하고, 주말에 밀린 잠을 자고싶었던 아이아빠는 부루퉁한 얼굴로 나를 맞아, 일하느라 진빠져 온 나를 맥빠지게 한다.
그럼 낮잠시간을 피해 일하면 될텐데, 아이가 쌩쌩할 땐, 주말인데 어디라도 셋이 놀러갔다 와야할 것 같아서.
세가족 노는 시간도 필요하고 일도 해야 하고 남편은 그럼 난 언제 쉬냐고 하고. (그럼 난 언제?)
어쨌든 고심해 찾아낸 해결책이 주말 중 하루 남편이 아이만 데리고 시댁에 다녀오는 것이다.
시부모님은 손주 봐서 좋고, 남편은 부모님이 아이 봐주는 동안 쉴수 있어 좋고, 난 밀린 집안일도 하고 작업도 할수있고.
문제는 아이가 엄마 없이 아빠와만 긴 외출을 한적이 (두돌이 지난 여태껏!) 없었다는 건데.
지지난주, 첫 시도 땐, 엄마만 남겨두고 집을 나서면서는 어색해하더니, 차안에선 의외로 평온했고, 시댁 가선 잘 놀다가 졸리니 엄마 찾으며 울었다고.
집에 돌아온 아이 앞에 달려나가, 쭈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고 표정을 살폈다.
외출했다 오면 집이 덥다며 외투부터 벗으려고 부산을 떠는 아이가, 가만히 미소지으며 지긋이, 한참이나 내 눈을 들여다보며 서있었다.
그 얼굴이 낯설면서도 너무 예뻐 나도 눈을 못 떼고 마주보고 있었는데. 5초나 10초쯤 지났을까? 끄덕끄덕, 고개를 두번 끄덕이는 아이.
엄마는 여기 잘 있었구나. 나도 잘 다녀왔어. 눈으로 말하는듯 했다.
그 눈빛과 표정, 그때 받은 감동이 잊혀질까봐 벌써부터 아쉽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적어둔다.
맘같아선 집 여기저기cctv라도 달아, 인상적인 순간들은 모두 영상으로 남겨두고 싶지만.
그럼 그순간이 그리 애틋하진 않았을 것 같다.
지난주말, 부자만의 두번째 시댁방문은 시작부터 수월했다. 엄마 다녀오세요! (다녀오는건 너야 ㅎㅎ) 씩씩하게 인사하고 나서더니, 시댁 가서도 신나게 놀았고, 울음 없이 할머니 품에서 낮잠도 잘 잤단다. 돌아와서의 애틋한 눈맞춤은 두번다신 없었다. ㅎㅎ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친구한테 물려받은 거 말고, 서점 가서 내가 직접 고른 첫 아이 책 제목이다.
송이야. 우리는 잠시 떨어져 있어도 곧 다시 만나.
이젠 너도 그걸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 믿음이 네게 편안함과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에게 그런것처럼 말야.
어린이집 봄방학은 짧은데 길고, 길지만 짧구나.
벌써 내일이 마지막 날이고, 모레부턴 새학기다.
새학기에도 우리, 잘해보자.
아침엔 서로를 응원하며 헤어지고, 저녁엔 서로를 환대하며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