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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레벨업 시대

by 은수달

"자기 계발은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되는 거지?"

"평생!"

"부자가 되려면 돈을 얼마나 모으면 될까?"

"가능한 많이?"


경력직 같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회사가 많아서 그런지 신입으로 지원할 때도 각종 스펙을 쌓아야 원하는 곳에 입사할 수 있다.


"그럼 신입은 도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건데? 열정페이는 무슨... 월급 많이 주기 싫어서 포장하는 거잖아."


한때, 일부 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열정페이'라는 명분으로 부려먹고 계약 기간이 지나면 매몰차게 내보내는 풍토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대기업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무한레벨업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이와 직급, 외모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 지위에 지나치게 민감한 현상은 내가 너보다 더 낫다는 '우위'를 확인하고픈 마음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기질이 결합된 결과이다.


-임의진, <숫자 사회>


나의 벗이 성공할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씩 죽어간다.


-야마모토 케이, <질투라는 감옥>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기질은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 종종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동료가 승진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했을 때, 같이 어울리던 사람이 갑자기 잘 나갈 때 등등. 우리가 SNS를 통해 훔쳐보는 타인의 일상은 부러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자신을 점점 더 초라하게 만든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SNS를 피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두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도 내면의 목소리까지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된다고 해도 우리의 미래는 너무나도 불안하고 내면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친다.


오래전, 명예퇴직한 중년 남성에 관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최근에 조기퇴직이 이슈가 되고 있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인공지능 시대라고 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진 인간에게 남은 세월을 일자리 없이 보내라는 건 사회적 도태처럼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어릴 적부터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오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아 남부럽지 않게 키우다 오십 대에 접어들면 퇴직을 준비해야 한다. 남들이 제시하는 삶의 조건에 충실히 따랐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기분과 막막한 노후이다.


자신만의 좌표를 정해서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사회적 성공과는 점점 멀어질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남을 원망하거나 쉽게 부러워하는 일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에도 마지막 단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은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눈앞에 있다. 그러므로, 평생 레벨 업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거두고 자신의 보폭이 어느 정도인지,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돈 줄 테니 제발 퇴사하세요'' 4억 받고 조기에 퇴직하라는 이 '기업' | 믿거나 말거나 - ''돈 줄 테니 제발 퇴사하세요'' 4억 받고 조기에 퇴직하라는 이 '기업' | 믿거나 말거나 https://v.daum.net/v/8iZNkkVZ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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