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근길, 자가용 사이드 미러에 비친 노을을 보면서 이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생이 그리 절망적이거나 불행한 것도 아니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다만,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때 혹은 덜 비참할 때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바람이 앞선 건지도 모른다.
오지도 않을 연락을 기다리느라 지치고,
복잡한 일들에 얽혀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고,
때론 삶의 목적을 잃은 채 정처 없이 떠돌다 보면 나 자신 혹은 인생을 '새로 고침'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꿀 수는 없겠지만,
선구자들 혹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기약 없는 희망 대신 구체적인 행복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