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저녁,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고 혼자 바닷가를 찾은 적이 있다. 천천히 모래밭을 걷는데 주위엔 온통 가족이나 연인 밖에 없었다. 그날의 쓸쓸함 때문에 한동안 주말에는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다녔다.
톨스토이 잠언집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을 가졌는가>를 본 순간, 내게 힘을 주는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한껏 웅크리고 있던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는 오랜 친구밖에 없었다.
지금 내 곁엔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이 전보다 많아졌지만, 한편으론 영혼을 갉아먹는 사람도 생겼다.
"범람체 그 자체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크지만, 특히 범람체와 인간이 결합된 형태에 대해 유독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 늪인들에 대해서요."
-김초엽, <파견자들> 205쪽
김초엽의 소설에는 '범람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고향에 내려온 뒤에도 이방인처럼 떠도는 내 모습을 투영해 보게 되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숨어 있는 야성 혹은 타자성이 자꾸만 세상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