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도제작소 Mar 30. 2021

칼 날 위에 서다

책을 읽다


두 차례 '예송논쟁'의 종결지점에서 이성무의 <조선시대 당쟁사>를 멈춘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당쟁사'는 한 편의 장대한 무협지를 읽는 느낌이다. 


필자도 표지에 '붓으로 하는 권력투쟁도 있다'라고 명기해 두었다. 고래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문헌에서 그들의 논리를 만들어 펼치고,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문헌과 사례를 들어 상소를 올리는 과정이 무협지의 비기를 읽어 합을 겨루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고수들의 합이 생명을 담보로 할 때, 이들의 상소에 적힌 한 줄의 글이 그들의 목숨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인척들까지 멸문지화의 경계에 놓인다. 이러할진대 정갈하고 청명한 마음으로 먹을 갈고 한 줄 한 줄 상소를 적어 내려갔을 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들이 이렇게 목숨까지 내놓고서 서슬퍼런 글들을 써내려갔을 내력에 대해서 당과 가문의 논리로 치부하기 이전에 그 무엇인가는 무엇인가가 궁금하다. 


한 줄 글과 한 마디의 말 속에 도사린 칼날이 예리하다. 평가 이전에 칼 날 위에서 선택하고 행동했던 이들의 마음이 궁금하다. 


이제 2권에서는 근대와 현대사까지 이어지는 세력들의 뿌리를 탐색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용히 내려앉는 풍경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