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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 PD Dec 09. 2021

<100일 글쓰기> 14. 내가 제일 못하는데 그게 뭐





내가 요가를 통해 배워야 하는 건 겸허함인지도 모른다. 결심과 의욕만으론 할 수 없다. 인내를 가지고 단계를 밟아야 한다. 주변을 쫓느라 무리해서도 안 된다. 시간을 쌓아가는 길, 멀리 오래 돌아가는 길, 그것이 요가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이아림,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정말 오랜만에 요가원에 등록했다. 2년 전에 필라테스를 몇 달 했으니, 쉬었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있던 몸을 움직이려니 쉽지 않았다. 동작을 따라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중간에 자세가 무너져서 주저앉고, 넘어지고, 쥐가 나서 선생님이 달려오실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2년 전 필라테스를 할 때랑은 사뭇 다른 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땐 어땠는가.


다른 사람들은 잘만 따라하는데 나는 왜 안되지, 하며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 몸을 원망했다. 전면 거울에 비치는 수강생은 열댓명, 그리고 그 중 내가 제일 못한다. 활동량이 많지 않아 더 그런 것도 있지만 타고나기를 저질체력, 몸치였던 탓도 있었다. 내가 이만큼 뻣뻣하다는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거울이 참 미웠었다.


그러나 오늘은 속상하기는 커녕, 삐걱대는 몸을 이끌고 요가 수업에 나온 내가 대견스러웠다. 운동으로 자극되는 부위에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고 '나는 처음 왔는데 당연히 못하지. 여기서 내가 제일 못해. 근데 그게 뭐?'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쩌면 운동 실력보다도 이런 마음의 변화가 더 뿌듯한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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