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나리오-연꽃이 되다

갑질

by 삼류 임효준

# 11. 충북대 연꽃정원


A는 새벽에 일어나 연꽃이 핀 충북대 연꽃연못을 찾아와 청주 생활을 돌아본다.


지난 1개월 넘게 U이사와 BB상무, Q부장 등등의 갑질이 생각보다 많았다.

BB상무는 매번 아침 청소 때 꼬투리를 잡아 A를 괴롭혔다. BB상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청소를 담당한다. 월요일은 회장실 청소로 시작해 화요일 회의실, 수요일은 U, ET와 함께 있는 공간을. 목요일은 전시실. 금요일은 복도 등 철저하게 회장 눈에 맞춘 FM 주파수 뇌를 가지고 7년간 똑같은 일만 해온 사람이다.

Q부장의 경력은 동대문시장에서 옷 팔던 경험이 전부다. 출장지에서 그의 갑질은 가관이었다. 동행한 A에게 “돈을 써! 회사 돈만 쓰는 사람들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신입사원이 자기 돈을 써야 아까워서라도 더 다닌다.”는 이상한 논리로 괴롭혔다. 자신의 상담내용을 타이핑해라, 사진 찍어라 등을 강요했으며 심지어 A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서, 다음 날까지 보도기사를 작성·제출해야 하는 A를 늦게까지 잡아두었다가 밤늦게 여관방으로 돌려보냈다.


더 황당한 일은 다음날, 급히 휴가 출발한다며, 동반 출장 중 발생한 여러 지출에 대한 영수증 뭉치를 갑자기 던져주고 오전 중에 정산하라며 떠난 것. 그것은 A로 하여금 오전까지 보도기사를 작성·제출할 수 없게 하여 A에게 골탕을 먹이려 미리 계획한 것이었다.


U이사는 더했다. 마치 생각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O회장의 아들, On 베트남 법인장이 U이사에게 지시한 일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하나하나 A와 부딪치게 했다. On 법인장의 전화 목소리에도 파르르 떠는 U이사는 입사이래 회장 아들 On에게 10여 년 간, 노예처럼 부림을 당했다.


생존본능이 월등한 U이사가 터득한 것은 책임질 일들에 대해 특히 On의 모든 지시사항들을 신입직원들에게 그대로 던지는 것. 그렇게 쓰이다 버려진 전임자들처럼, A도 U의 방패막이로 사용되고 있었다.


# 12. 과일가게(회상)


첫 월급을 받은 A는 과일가게에 가서 17,000짜리 수박 2통을 샀다. 한 달이 아닌 20일 치, 그것도 수습이라 더욱 힘든 결정이었다. 이 돈이면 서울에서 가족들과 주말 한 끼 외식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은 여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밖은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이지만 차가운 직원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이들의 집단 무시에 대한 A가 선택한 것은, 수박 폭탄이었다.


A는 과일 가게 사장에게 모두 잘라서 오후 3시쯤 회사로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했다.


“모두가 저보다 높은 상관이라 수박을 통째로 회사에 그냥 가져가면 젊은 여자 상사들이 일거리 가져왔다고 싫어하실 거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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