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인간
# 9. 회의실
O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칭찬한다.
“바로 그거야. 영국 기술 발표 자료, 잘 썼어. 오토 2.0 시대의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 등 자동차 트렌드를 제시하며 SSG기업의 미래비전을 담아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잘 표현했어. 앞으로 모든 해외와 국내 사업에서 이 문구를 그대로 쓰도록 해”
“영국에서 초청장이 오면 자네가 가!. 영어 못해도 당신이 앞장서! 하하”
한 순간 A는 무언가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직감한다.
불쾌하게 째려보는 U이사와 E상무와 T상무의 눈길을 감지한다.
회장 비서이자 사내 최장 근속자인 U이사는 모든 자료를 쥐고 있는 ‘최측근’이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다는 식으로 해서 부장에서 이사로 진급한 여우다. 입사 후 13년 동안 주주들을 관리하면서 회사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기도 하다. E상무와 T상무는 상장 등 주식 관련 업무 경력자들. 2년 전에 E상무가 먼저 입사한 후 T상무를 불러들였다.
O회장은 이들 3인방에게, 눈에 띄게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테슬라 상장>에 있었다. <테슬라 상장>은 제조업들이 쉽게 상장회사가 되도록 정부가 길을 터준 제도다. SSG기업은 이를 이용해 주주들에게 곧 상장될 것처럼 하고 쉽게 투자금을 받아 회사를 유지해왔다.
이들 3인방은 함께 회사 내에서 자기들만의 라인을 만들어, 새로 온 사람들이, 자기들 편에 서지 않으면 잘라내는 데 머리를 모은다. O회장은 은근히 이들과 새로 온 사람과의 싸움을 붙여, 어부지리를 취한다.
이제 A도 이들의 사정권에 들어간 것이다.
최근 주주가 500여 명에서 700여 명으로 늘었다. 그것은 전기차 전시장 내 SSG 부스에서 A가, 자신이 촬영한 사진-‘오마바 하사 라인’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존재가 회사 여직원들과 함께 찍은 보도자료에 사용하면서 전국에서 주주들이 한 달 사이에 그만큼 늘어났던 것.
O회장은 사진 속 직원들의 공이라며 그들을 모두 한 단계씩 진급시켰다. 그러자, 우습게도 A가 사내에서 가장 낮은 지위로 처졌다. 50이 다 되어 가는데 과장이다. 30대 직원들은 모두 차장 부장 이사로 새 옷을 입었는데 말이다.
# 10. 해장국집
“확실히 기자 경력이 있어 일을 잘하네. 근데 여기는 회장도 봐야 하지만 E상무와 U이사도 살펴야 해. E상무, 그놈은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회장 비위 하나만은 엄청 잘 맞추거든. 업무적으로 보고해도 절대로 피드백을 안 해, 그러다가 회장 반응을 보고 한참 뒤에 따라 하거든. 아주 비겁한 놈이야. U이사도 완전 백발 여우 짓을 하지. O회장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하지, 참고해”
“이사님, 저도 알아요. 근데 눈치만 보고 일을 안 하려고 하니 제가 좀 치고 나간 거예요. 당장에 다음 주에 인도 출장 가시면 영국 기술 발표 자료 만들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도 G이사님 계실 때 해야 될 것 같아서 제가 좀 무리했죠.”
“그러게, 모두 내 일로 떨어지네. 지네들이 못하니까 들어온 지 3개월도 안된 나한테 다 떠넘기네. 그러고 보니 다 자네보다 높은 직책이네. 자네 지휘를 받아도 시원하지 않을 정도로 업무적으로 미숙하고 나이도 어린것들이 다 부장이고 이사야.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일단 영국 기술 발표 자료는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아직 수습기간이 남았으니 최대한 열심히 해야죠. 2개월 끝날 때 연봉협상에서 더 받으려고요.”
“될까? 이 공산당 같은 놈들이. 아무튼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