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나리오-연꽃이 되다

허기

by 삼류 임효준

#6. 사무실

A는 시든 연꽃을 치우고 종이컵에 아침에 딴 연꽃을 꽂는다.

갑자기 아침부터 모두들 바쁘게 돌아간다. 알고 보니 주주모임이 있단다. 청소하고 의자 배치까지 하고 나서야 자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땀방울로 온몸이 젖어있는데도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아 화장실로 가는 A. 머리를 수도꼭지에 틀어박았다가 고개를 든다. 흐르는 물이 셔츠 속을 파고든다. 손수건으로 천천히 닦으며 거울을 본다.

‘못난 놈이 쳐다보고 있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후 5시, 주주들이 모여들어 의자가 모지랄 정도로 붐볐다. O회장이 마치 스티브 잡스처럼 흉내를 내며 거창하게 사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지고.


얼마 후, O화장은 주주들과 음식점으로 이동한다며 모든 직원들도 한 명도 빠지지 말고 같이 오라고 했다.

#7. 음식점

모두들 강아지 줄에 이끌려 산책을 핑계로 대소변을 보러 나온 것처럼, 음식점에 불편하게 앉아있다.

고기 몇 조각에 물냉면 하나. 더 먹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자리다.


O회장은 주주들 그리고 주주들을 관리하는 수족 같은 측근들과 끊임없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한다.

“자 이제 그만 가봐. E상무와 T상무는 남고 다 가도 돼”


모두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난다. A는 G이사와 같은 방향 길동무를 잡았다.

# 8. 차도

“이제 곧 2달 수습 끝납니다. 월방 생활도 힘들고 토요일도 출근하라고 하고 연봉에도 없던 내용도 나오고 정말 생각이 많아지네요.”


A의 말에 G이사는 한마디 한다.


“갈 때 있으면 다른 데 찾아봐. 갈 때 없어서 난 이곳에 있는 거야”

“네. 마땅히 저도 없어서 이곳까지 내려왔죠.”


두 사람은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비좁은 차도 옆을 고개를 떨구고 걸어간다.

이전 02화단편 시나리오-연꽃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