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強盜)는 '폭행이나 협박 따위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도둑. 또는 그런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 글자 하나가 붙은 날강도(날強盜)는 '아주 악독한 강도'라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는 불강도가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선 날강도의 뜻이 좀 더 선명하게 와 닿는다. '아주 뻔뻔하고 악하게 다른 사람의 돈이나 물건을 강제로 빼앗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강도는 '도둑'인데, 날강도는 '도둑+뻔뻔한 사람'이다. 강도라는 단어가 그 사람의 절도 행위를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단어라면, 날강도는 거기에 인성이라는 주관성을 가미해 부정적 이미지를 더한다. 글자 하나로 단어의 맛이 달라진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서 각종 피드엔 '날강두'라는 말이 떠들썩하다. '날강두'는 '날강도'와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합성어다.
이 단어는 2019년 7월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서울에서 열린 K리그 선수들과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당시 많은 관중은 유벤투스 소속의 호날두를 보러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호날두는 1분도 출전하지 않는 '노쇼'를 선보였다. 호날두가 단순히 노쇼였다면 '강두' 정도에 그치고 말았겠으나, 미안한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뻔뻔한 언행에 분노한 팬들은 글자 하나를 더 붙여 '날강두'라는 별명을 지어버렸다. 마침 이름에도 '날'이 들어가 있으니 호날두에게 날강두라는 별명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랬던 호날두가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인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동점골에 기여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호날두의 등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김영권이 슛하면서 포르투갈 골문을 열었다. 이 골로 1-1 팽팽한 경기가 됐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합작한 극장골로 결국 한국은 2-1로 승리해 16강에 진출했다.
페이스북과 온라인 기사에서 호날두 열풍이 뜨겁다. 2019년의 날강두를 기억하는 국내 팬들의 비아냥이 주되다. 한편으론 애나 어른이나 호날두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걸 보면 세계적 스타는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