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당'을 지지하고 있을 가능성은?"
"그럴릴가 없사옵니다. 그 0.2%는 그저 응답을 하지 않은 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허나 만일 하나. 그 숫자가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당'을 지지하는 숫자라면..."
책사가 말을 흐렸다.
김사인이 휘하에 지시하였다.
"당장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당'에 사람을 보내시오. 사도연합과 화합하면 그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고 그를 거부한다면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 전하시오. 조평. 자네가 가는 것이 좋겠네."
"존명."
김사인의 명을 받은 조평의 낯이 어두웠다.
*
익숙한 공기다.
익숙한 걸음.
익숙한 냄새.
나는 캐비넷에서 늑태도를 꺼냈다.
하나.
둘.
셋.
넷.
모두가 퇴근한 야심한 밤.
사무실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에 나는 긴장하였다.
하나.
둘.
셋.
넷.
문이 열린다.
_챙
칼을 받았다.
형님.
조평 형님이었다.
장수.
형님이 나를 보았다.
_챙
형님의 칼이 책상을 반토막내었다.
_챙
득달같이 형님이 달려들었다.
_챙
가까스로 날을 받았다.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_챙 챙 챙
형님.
말씀이 없으셨다.
_챙
나는 가쁘게 칼을 받았다.
형님.
큰 칼을 받아 용솟음치며 퇴격을 그었다. 뒤로 빠르게 돌진하였다.
"형님!"
형님이 칼을 멈추었다.
"들어라."
형님이 말씀하셨다.
"형님!"
내가 재차 형님을 불렀다. 형님의 칼이 다시 쇄도하였다.
_챙
_챙
_챙
칼의 끝이 아슬히 살을 찢었다.
나는 간신히 형님의 공격을 흘리고 받았다.
"형님!"
내가 다시 형님을 불렀다.
_장교분수(長蛟噴水)
형님의 칼을 튕기며 몸을 크게 뒤로 물렀다. 칼을 튕긴 칼의 손잡이가 얼얼하였다.
"장수 왜 피하기만 하느냐. 내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느냐."
형님이 말씀하셨다.
"형님. 느닷없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사제를 사랑하는 마음마저 잃으셨습니까?"
"애초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이 없다."
형님의 공격이 다시 쇄도하였다.
미칠 것 같은 칼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모든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_창그렁
늑태도가 날아갔다.
형님의 칼이 나를 겨누었다.
나는 칼에 목을 대었다.
"찌르십시오."
내가 말했다.
형님의 칼이 선을 그었다. 선이 나의 목 아래를 파고들었다.
끝인건가.
쾅.
사무실 문이 부서지며 흑도가 날아들었다.
챙.
흑도가 조평 형님의 칼을 막아세웠다.
"무슨 짓이냐!"
양명 형님이었다.
"형님은 비키십시오."
조평 형님이 양명 형님을 훌쩍 뛰어넘어 칼을 아래로 그었다.
챙.
흑도가 칼을 받았다.
"조평! 무슨 짓이냐!"
"형님은 비키십시오."
조평 형님이 말했다.
스삭 스삭 스삭.
조평 형님의 칼이 양명 형님의 칼과 맞부딪치며 주위의 모든 것을 쓸었다.
일보를 전진하면 일퇴. 일퇴를 거두면 일보. 일보와 일퇴를 반복하는 칼의 공방이 계속되었다.
스삭. 스삭. 스삭.
모든 것이 베어나갔다. 나는 감히 공방의 속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칼의 부딪침을 지켜보았다.
칼이 뱀의 이빨처럼 솟음치면 칼이 칼등을 올려 공격을 막았다.
칼이 곰의 앞발처럼 흉포히 나가면 칼이 칼을 타고 공격을 파훼했다.
직선과 곡선의 난장.
직선은 곡선을 앞서 잘랐고 곡선은 직선을 후에 잘랐다.
직선과 곡선의 선이 두 형님의 앞과 뒤와 좌와 우에서 맹렬히 붙고 떨어지고 붙고 떨어졌다.
"형님들 제발!"
내가 외쳤다.
조평 형님의 머리칼이 이마 아래로 흘렀다.
양명 형님의 진한 눈썹이 굵게 꿈틀댔다.
팡.
아찔하게 형님들의 칼이 형님들의 목 사이를 뚫고 흔들고 벴다. 피와 땀이 뭉쳐 흘렀다.
"형님들 제발 그만하십시요!"
내가 칼을 들고 공방의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촤륵.
늑태도가 양명 형님과 조평 형님의 칼을 동시에 받았다.
긱.
칼 날이 패이며 칼이 조금씩 주저앉았다. 나는 칼코에 힘을 주어 간신히 칼을 받쳤다.
기긱.
칼이 부들댔다. 칼이 조금씩 주저앉고 있었다.
"형님들... 제발..."
기긱.
챙.
허리를 세워 간신히 칼을 튕겼다. 칼들이 거리를 찾았다.
챙. 챙. 챙. 챙.
조평 형님이 그새 다시 돌진했다.
빠르게 무르며 칼을 받았다.
챙. 챙. 챙. 챙.
양명 형님의 칼이 조평 형님을 그었다.
챙. 챙. 챙. 챙.
조평 형님이 빠르게 칼을 받았다.
"형님들 제발요!"
내가 소원했다.
나는 늑태도를 추켜 형님들의 사이에 들었다. 형님들의 칼 끝이 나를 좌우에서 노렸다.
"장수! 비켜라! 이건 무림맹과 사도연합의 싸움이다!"
양명 형님이 외쳤다.
"형님. 형님이 비키십시오. 저는 장수와 해결 할 일이 있습니다!"
조평 형님이 외쳤다.
두 형님의 외침이 칼처럼 무겁게 나를 눌렀다.
"형님. 왜 이러십니까. 왜 저에게 이토록 가혹하게 대하십니까?"
내가 조평 형님에게 외쳤다.
"김사인이 너를 포섭하도록 명했다. 너는 받아들이지 않을 터. 네가 김사인의 제안을 받지 않으면 소소와 명월이 위험하다. 너를 무릎 꿇리고 김사인에게 청을 하겠다!"
조평 형님이 대답했다.
"조평. 너의 오만함이 이토록 방대해졌느냐! 너는 네 앞에 선 이 사형의 칼이 보이지 않느냐!"
양명 형님이 외쳤다.
양명 형님의 칼이 싯푸르 타올랐다. 형님이 크게 칼을 들어 나를 제끼고 조평 형님에게 쇄도하였다.
팡.
칼이 부딪쳤다.
형님들의 검기가 주위를 흔들었다.
카직 카직.
검기가 공간을 지웠다.
카각. 카각.
파의 장이 꿈틀렸다.
지직. 지직.
"이놈들!"
불안하게 떨리던 파장이 일순 사하였다.
귀와 골이 세게 진동하였다.
"이놈들! 감히 너희가 칼을 겨누느냐!"
나와 사형들이 모두 칼을 거두었다.
승광 사숙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석장으로 바닥을 크게 치었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