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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o Feb 28. 2023

바람이 부네요

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사진: Unsplash의 'Zoltan Tasi'

이소라 님이 부른 ‘바람이 부네요. 춥진 않은가요.’라는 가사가 떠오릅니다. 번역을 할 때 까다로운 게 하나 있습니다. 언어유희. 언어가 다르니 그 나라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언어유희가 대부분입니다. ‘바람이 분다’는 표현도 그렇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자연은 여성대명사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바람도 여성대명사로 쓸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없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말장난을 할 수도 있고 중의적인 표현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전 단편 <무언가의 끝 The End of Something>과 이어지는 <사흘 폭풍 The Three Days Blow>은 닉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친구 집에서 사흘 폭풍의 첫날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She’s blowing,” Nick said.
“She’ll blow like that for three days,” Bill said.
- <사흘 폭풍 The Three Days Blow> 중에서


그러니까 여기서 She는 폭풍이기도 하지만 헤어진 그녀나 그녀에 대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그녀와의 이별이 그의 가슴에 폭풍처럼 불어대는 것입니다. 다른 번역들은 굳이 She를 그녀로 표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면적인 의미만 담았습니다. 하지만 She라는 표현을 없애면 그 이면의 이런 의미들은 독자가 발견해 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없애지 않았습니다.


“쟤가 거세게 부네.” 닉이 말했다.
“쟤는 저런 식으로 사흘 동안 불어 댈 거야.” 빌이 말했다.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

https://bit.ly/3ZhOj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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