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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o Feb 28. 2023

꺼내고 물어보는 사람과 물어보고 꺼내는 사람

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사진: Unsplash의 'Dan Rooney'

물건을 꺼내고 물어보는 사람과 물어보고 나서 꺼내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 집에 와서 자기 물건인냥 마음대로 만지면 어느 순간 불쾌해집니다.


Nick reached the whisky bottle from the shelf above the fire place.
- <사흘 폭풍 The Three Days Blow> 중에서

닉은 벽난로 위 선반에 있는 위스키 병으로 손을 뻗었다.


주인공 닉이 손을 가져다 댄 것인데, 기존 책들은 ‘내렸다’, ‘꺼냈다’로 번역했습니다. 이 행동 뒤에 닉은 친구에게 “All right?” 하고 물어봅니다. 보통 타인의 집에서 타인의 물건을 꺼내기 전에 물어봅니다. 그러니까 보통은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가까이 간 다음 물어봅니다. 닉과 빌은 서로를 배려하는 친구입니다. 무례하게 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reach의 뜻을 최대한 살려 ‘손을 뻗었다’로 번역했습니다. 그렇게 표현해야 벽난로 위 선반에 술병이 위스키 하나만 있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벽난로에 가까이 간 것만으로도 손을 뻗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위스키를 선택했다는 것을 둘 모두 알았기 때문입니다. 허물없지만 서로를 향한 배려가 몸에 밴 친구가 보고 싶네요.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

https://bit.ly/3ZhOj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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