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들을 다 그대로 번역해야 할까요. 사실 그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만, 번역은 원작자와 독자를 최대한 가깝게 만나게 하는 일이니 고민입니다. <우리 시대에>의 네 번째 단편인 <사흘 폭풍>에서 닉은 친구 집에 놀러 와 벽난로 앞에 앉아 발을 말립니다. 비에 젖은 워커를 벗으니 맨발입니다. 친구는 왜 양말을 안 신고 다니냐고 물어보고 닉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I hate to start them again.”
닉은 양말을 다시 신고 다니는 게 싫다고 말하지만, 대명사(them)에 신는다는 표현을 start again으로 표현해 연애도 다시 시작하기 싫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너무 나간 걸까요? 술술 읽히게 하려고 “양말을 다시 신고 다니기 싫어.”라고도 해봤지만, 그러면 그런 중의적인 느낌은 사라져 버립니다. 원문을 최대한 살린다는 목표로 인해, 한 문장 한 문장이 선택의 기로입니다.
“다시 신고 다니기 싫어.”
이렇게 타협해 봅니다. 사실 진짜 쓰고 싶은 표현은 “다시 시작하는 게 싫어.”인데, 그러면 독자가 읽다가 뭐지? 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이 너무 그려집니다.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