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Minimum Viable Product)공간인 냥옥집을 공간의 톤 앤 매너에 맞는 이름으로 바꾸기 위해서 브랜딩부터 다시 고민했다. 제일기획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마도를 잡고 며칠 동안 타겟 고객부터 경쟁사 분석, 커뮤니케이션 방향성 등 브랜딩 전략을 정리했고틈틈이 함께네이밍 아이데이션을 했다.
특히 '입양'을 입양이라 말하지 않으면서 '입양'을 말할 수 있는(?!) 워딩이 필요했다.'입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느낌 이면에 비영리의 영세한 영역이라는 단단한 고정관념의 벽을 또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고정관념의 벽에 가로막히면 사람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퇴사 후 오랜 시간 수많은 거절과 무관심을 통해서 배운 시리도록 아픈 지혜(?)라고 해야 할까.하하.
어디 한번, 털어볼까?
사실 나를 포함해서 내 주위 제일기획 사람들 대부분은 네이밍 아이데이션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어디 한번 털어봐?'적 모먼트를 즉각 가동한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동료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에게 주입(고맙다!)해주었고, 그렇게 다양한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서 발효가 막 시작되기 시작하던 어느 날, 갑자기 '캐스팅'이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 올랐다.
캐스팅(casting)? 캐스트(cast)? 일반인을 아이돌이나 연예인으로 섭외할 때 캐스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유기동물을 직접 길에서 구조하여 입양했을 때, '길거리 캐스팅을 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즉, '캐스팅하다'는 '입양하다'의 대체어로통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여기에 '집', '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는 하우스(House)라는 단어를 붙이게 되면 캐스트하우스, 캐스팅을 하는 집이라는 의미가 된다. 캬. 이보다 더 무릎을 탁 치는 표현이 또 있을까?
게다가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 발음이라(물론 대충 들으면 너무 비슷해서 간혹 캐스트하우스를 설명할 때, 게가 아니고 캐요. 캐캐캐! 해야 했다.) '숙박'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입양'의 의미도 함께 표현할 수 있으니까. 사람과 동물이, 서로가 서로를 캐스팅하는 공간, 캐스트하우스. 모던한 느낌의 송도 공간에도 잘 어울리면서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으로 풀어내기에도무던한 네이밍이었다.
우리 또 만나네요. 하하.
매번 느끼지만 어떤 제품이든 서비스든, 처음이 어렵다. 타겟 고객에게 우리의 장점을 어필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것. 특히 광고비를 쓰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알게 하고, 거기서 팬덤을 이끌어내고, 결과적으로 카드를 긁게 하는 것은 솔직히, 예술에 가깝다.
캐스트하우스는 SNS도 없었고 당연히 팬덤? 그런 거 없었다. 말 그대로 듣보, 제로의 상태. 시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초기 붐업이 필수였고, 붐업이 곧바로 매출로 연결이 되어야 했다.
역시 뭐든 단정 지으면 후에가서는 민망해지기 마련. 다시는 크라우드 펀딩 절대로 안 할 거라고 온오프라인에서 전방위적으로 참 촘촘하게도 호언장담을 했지만, 나는 어느새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기획전 참가 접수 마감 하루 전에 헐레벌떡 접수 버튼을 광클했다!
그렇게 결국엔또 크라우드 펀딩 오픈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소싯적 광고대행사 AE 짬빠를 되새기며 엑셀을 열어서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다 볼 수 있는 어마 무시한 스케줄(그래서 안 봤고 결국 안 지켜졌다는 슬픈 사실을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도 세웠다.
과연, 두 번째 크라우드 펀딩은 첫 번째와 얼만큼 다를까. 타겟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