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하우스 오픈 준비하기 1.
크라우드 펀딩을 하게 되면 매일 아니 매 순간, 일희일비하게 된다. 누군가의 '결제 예약'으로 성공률 퍼센티지가 오르면 기분이 훅 좋아졌다가, 누군가가 '결제 예약 취소'를 하거나 예상보다 모객이 적게 되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 하루종일 허우적거리게 된다.
퇴사 초기에 고양이 숨숨가방(숨숨집과 이동장을 하나로 만든 제품) 쏙백 펀딩을 했을 때 펀딩 준비 과정 그 자체는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널뛰기하듯 오르락내리락하는 내면의 감정을 한 곳에 붙잡아두는 게 더 힘들었다.
왜 나는 쿨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결국 돈이었다. 펀딩을 오픈하기 전에 돈을 많이 쓰다 보니 매 순간 두뇌 회로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지출된 비용과 펀딩 성공률을 끊임없이 비교했고, 마이너스면 자책하고 플러스면 안도했다. 자책과 안도가 쉴 새 없이 들락날락 거리는 곳에 쿨함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잃을게 많으면 집착하고, 없으면 초연해진다. 펀딩을 펀딩 - 펀딩은 자금 조달, 투자의 의미로 엄밀히 말하자면 매출과는 다르다 - 이라 부르지 못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차분히 되짚어 보았을 때, 쿨 펀딩이 되려면 결국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래서 캐스트하우스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펀딩을 준비했는데, 그것은 바로! 두둥.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는 모든 굿즈와 캐스트하우스 공간 이미지를 목업(mock-up)과 레퍼런스 이미지로 채우는 것이었다. 펀딩 시작 전 굿즈 제작비와 인테리어 시공비를 0원으로 만드는 세련된(?) 계획. 선 지출 후 펀딩이 아닌, 선 펀딩 후 지출의 원대한 꿈.
이번에도 역시나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H는 송도에 마련한 공간을 실측하고, 그 공간에 맞게 홈스타일링과 스케치, 레퍼런스 리스트업을 해주었다.
J는 텀블벅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굿즈들의 목업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실제 제품처럼 감쪽같은 합성 이미지를 제작해 주었다.
M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팔로워들을 모으기 위한 인스타툰을 기획하고 격일 간격으로 인스타툰을 직접 그려서 연재까지 해주었다.
동료들이 완성해 준 콘텐츠 덕분에 나는 상세 페이지 제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몇 날 며칠 머리를 쥐어뜯으며 원고를 쓰고 찢고 먹기(?)를 반복하였고, 마침내 상세 페이지를 완성하고 펀딩 오픈 준비가 완료되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선택지가 많다. 와디즈, 크라우디, 텀블벅 등 플랫폼마다 강점을 보이는 영역이 다르고, 그래서 각 플랫폼마다 유저들의 성격도 다르다. 캐스트하우스는 텀블벅에서 펀딩을 하기로 했는데, 텀블벅은 무형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층이 두텁기 때문이었다.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와 함께 먹고 자고 놀고 배우는 '경험'은 결국 무형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텀블벅에도 매일 오픈되는 프로젝트들이 많기 때문에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 주목도를 확보하려면 광고 집행은 필수였다. 특히나 자극적인 주제의 프로젝트들 - 샤머니즘, 오컬트, 게임, 성(sex) - 이 주로 상위권을 차지하는 매콤한 텀블벅 플랫폼의 특성상 캐스트하우스와 같은 순한 맛(?) 프로젝트는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라도 광고 노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다행히 이번에도 크라우드 펀딩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사업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공고문을 확인하고 정말 허겁지겁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또 운 좋게 합격. 너무나 감사하게도 300만 원의 광고비를 확보할 수 있었고, 펀딩 시작 전부터 종료 시점까지 꾸준히 SNS 광고를 집행할 수 있었다.
0원의 예산으로 상세 페이지도 완성했고, 광고 집행을 위한 총알 장전도 완료됐다. 캐스트하우스 텀블벅 펀딩은 과연 쿨펀딩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