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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집사 Mar 29. 2024

#18. 아침은 짧았고, 긴 밤이 찾아왔다.

캐스트하우스 오픈 준비하기 2.




쿨펀딩, 하지만...


텀블벅 펀딩은 성공적이었다. 512%의 펀딩 성공률로 약 500만 원 정도의 자금이 모였다. 공간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케치와 레퍼런스 이미지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믿고 펀딩을 해주셨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PMF(Product Market Fit) 1차 검증에 성공하면서 캐스트하우스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달까. 무엇보다도 캐스트하우스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뿌듯했고, 보람도 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가구와 집기류를 구입하고, 차돌이와 우유의 그림책 제작을 위해 계약했던 일러스트 작가의 작화료를 지급하고 나니, 수중에 남는 돈이 0원이었다. 과장 없이 정말 문자 그대로 0원.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폭풍 검색도 하고 같은 조건이면 좀 더 저렴한 것으로 선택하기 위해 해외 직구를 이용하며 두뇌 풀가동에 손과 발을 부지런히 놀렸지만, 물리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캐스트하우스의 집세와 관리비, 고양이들 식비, 모래값, 간식 등 각종 용품 구입 비용에, 결정적으로 내가 먹고 살 생활비가 없었다는 점이다. 당장의 생존 자금 마련을 위해 본업인 캐스트하우스 운영을 하면서 투잡을 뛰어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이 열리네요, 고생이 들어오죠.


7월에 크라우드 펀딩이 종료된 후, 8월 오픈을 목표로 가구 조립과 설치, 베란다 카펫 시공을 시작했다. 당연히, 누군가를 고용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노동력을 촘촘히 갈아 넣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커튼부터 화분, 주방/생활 가전은 중고로 구매했는데,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차가 없는 뚜벅이였다. 버스와 전철을 타고 걷고 걸어서 물건을 가지러 가고, 가져왔다. 게다가 집에서 캐스트하우스까지는 무려 왕복 4시간! 장안의 화제인 김포 골병라인을 타고 공항 철도로 갈아탄 다음, 다시 인천 지하철 1호선을 타는 투혼의 대장정을 매일 반복했다.

캐스트하우스 오픈 준비를 하면서,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해야 했지만, 어디론가 현장에 가서 다른 일을 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오며 가며 이동하는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알바가 필요했다.






아무 말 대잔치로 생활비 벌기


뭐든 구하면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우연히 링크드인에서 외국 기업이 매니징하고 있는 AI 스크립트 작성 알바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각자 알아서 주제를 잡고, 사람이 대화하는 형식의 스크립트를 쓰는 알바였다.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알바.


아, 이거다.


왕복 4시간 출퇴근의 소름 끼치는 장점은 지하철에서 편안히(?)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사실. 늘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스크립트 작성 알바를 했다. 적당히 말이 되는 듯 하지만 아무 말이 섞여있는 - 우리는 일상생활 중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무 말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게 더 AI에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깨우침이 되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했다 - 그럴싸한 스크립트를 써서 제출하면 달러로 보수가 들어왔다.


사업을 하면서 투잡을 뛴다는 사실이 언뜻 보면 의기소침해질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어딜 가지 않고도 이렇게 틈나는 시간에 알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이중생활을 계속할 순 없었다. 당장은 오픈 준비를 하며 알바를 병행한다 쳐도, 오픈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잡을 뛴다는 건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테니까. 캐스트하우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 가설 검증을 위해서라도, 동시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예약이 늘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캐스트하우스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예약률을 높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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