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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집사 May 18. 2024

#19. 바보 같고, 배고팠던 1인 스타트업

Stay Hungry, Stay Foolish의 실사 버전


바보 같아도, 해야지.


텀블벅 펀딩이 끝난 후, 어떻게 해야 돈을 쓰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캐스트하우스를 알려서 시장성을 검증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캐스트하우스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해서 스스로의 브랜딩과 팬덤을 확보하는 건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한 자릿 수의 조회수, 한 자릿 수의 좋아요에도 꿋꿋하게, 될 때까지.


존버 시절의 캐스트하우스 인스타그램. (@casthouse.cat)


학교 다닐 때는 수학을 못해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게 괴로웠는데, 꼭 이럴 때만 두뇌회로가 얄궂게도 경제성을 따지고 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걸 포스팅하는 게 의미가 있나?'
'6개월, 1년, 어쩌면 5년이 될 텐데, 오히려 ROI가 떨어지는 거 아냐?'
'투입 대비 성과가 불분명한 일을 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


그놈의 효율성과 그놈의 효과성을 따지면 답이 없는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그 바보 같은 짓을, 해야지. 해야만 했다. 왜냐면,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든 안보든 계속해서 SNS로 캐스트하우스만의 콘텐츠를 발행하면서 오늘 하루, 캐스트하우스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최선을 다하는 것. 딱 이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AI와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요즘의 스타트업 세계에서 전혀 팬시(fancy) 하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서울대, 삼성 그리고 청소


캐스트하우스는 1개 호실이라 청소, 세탁, 객실 관리 인력을 고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처음에는 변기 청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속 서울대 부심과 허영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특히 부모님께서 많이 속상해하셨다. 어렵게 좋은 대학 보내서 삼성 취업까지 성공했는데, 퇴사하더니 남들이 썼던 변기 닦고 쓰레기 버리는 일을 한다고...? 부모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마음이었을터.

하지만 첫 고객님을 맞이한 후, 나는 내가 느꼈던 허영심이 얼마나 하찮고 우스운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됐다. 캐스트하우스를 찾아주신 손님들은 모두 다 하나같이 고양이에 진심이었고, 유기동물 입양을 정부나 시민단체가 아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캐스트하우스의 비전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다. 


손님들이 주고가신 따뜻한 마음들. 고양이들을 위한 선물뿐만 아니라 휴먼을 위한 간식과 먹을거리도 종종 챙겨주셨다.


그래서일까.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캐스트하우스를 다녀가신 손님들은 모두 다 선하고 배려심 많은,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셨다. 청소와 세탁, 객실 관리는 캐스트하우스를 지지해 주시는 귀한 손님들을 위한 감사함의 표현이었고, 그래서 첫 오픈일부터 지금까지. 손님들을 위한 쾌적하고 편안한 객실을 만드는 일에 진심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배고픔에도 끝이 있을까?


작년(23년) 7월부터 10월까지, 이 시기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럴 때마다 배시시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지 뭐 ㅎㅎ'
'요새 피부과를 안 가서 그래.'


하지만 살이 빠진 진짜 이유가 있었다. 점심을 굶었기 때문이다! (두둥) 체크아웃 시간이 11시이고,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이기 때문에 청소와 세탁, 건조를 하고 고양이들 건강 상태를 체크하면 준비시간이 늘 빠듯했다. 어딘가에 앉아서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었고, 어디에서 밥을 먹든 한 끼에 보통 만원은 써야 하기 때문이었다. 당장 텀블벅 후원자들 외에는 예약이 없는 상황에서 하루에 만 원씩 외식을 하는 건 사치였다.


그래서 정말 너무 배가 고파서 청소할 힘이 없을 땐 건물 1층 편의점에서 가장 저렴한 참치마요 삼각 김밥을 사 먹었고, 물을 마시며 저녁까지 버텼다. 손님이 있든 없든 매일 고양이들을 챙기고 청소를 해야 했기 때문에 예약이 없는 날은 무조건 굶고, 예약이 있는 날은 집에서 고구마나 삶은 감자를 챙겨 오거나 가끔 삼각 김밥을 사 먹었다.


정말 자주 사먹은 1100원 참치마요 삼각김밥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손님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한 달, 두 달, 세 달...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비슷한 시기에 한 통의 DM과 한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텀블벅 후원자였던 고객님을 통해 캐스트하우스를 알게 되었다는 유튜버와 캐스트하우스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동료의 지인이자 네이버 여행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였다.

캐스트하우스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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