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옥집 1호점을 오픈할 지역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는 대한민국 어디서든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도시는 인천 송도였다. 송도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단순히 아파트가 많은 베드타운이 아닌,다양한 산업의 업무 지구와 함께볼거리와 할 거리가 갖춰진 준 관광도시였기 때문이다. 송도에는 아파트도 많지만 센트럴 파크와 트라이볼, 트리플 스트리트, 한옥 마을 등 볼거리들이 많다. 세련된 도심 관광지의 느낌이랄까? 냥옥집에 오시는 분들의 목적은 고양이지만, 부수적으로 그 주변에 볼거리들이 많다면 방문 목적에 좀 더 힘이 실릴 테니까.
둘째, 송도는 인천 지하철 1호선이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 교통이 편리하다. 대중교통은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뚜벅이인 내가 매일 가서 관리를 하려면 지하철은 필수다. 송도는 캠퍼스타운역부터 송도달빛축제공원역까지 총 7개의 지하철 역이 있기 때문에 지하철 접근성이 상당히 높다.
셋째는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본가가 송도에 있기 때문이다. 청소와 빨래를 매일 하고 체크인 대면 교육까지, 모든 일을 내가 해야 하기 때문에 휴식 장소가 필요했다. 송도에는 친정이 있어서 가끔씩 들러 집밥도 먹을 수 있고 잠을 잘 수도 있으니까 체력 관리를 위해 송도만큼 좋은 지역은 없었다.
물론 본가는 송도지만 집은 김포라서 매일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의 지하철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끔찍한(?) 현실이 걱정되긴 했지만, 김포 골드라인에 9호선 급행을 타고 강남역으로 출퇴근을 했던 과거도 있으니. 그 정도야 뭐, 쌉 가능이라고 자만했다 (...)
계약하겠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월세와 전세를 전전했기 때문에 부동산 계약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적은 예산 내에서 고양이들의 환경 풍부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너무 넓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좁아서도 안 됐다.
여러 물건들로 송도 내에서 임장을 하던 중,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안방 하나에 거실 겸 주방 하나, 미니 드레스 룸, 화장실과 샤워부스에 발코니가 있는 집이었다. 특히 발코니가 2개라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통풍과 환기가 잘되기 때문이기도 했고, 보다 입체적으로 고양이들의 생활 영역을 구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물 앞이 공원이라 뷰도 너무 좋았다. 고양이들이 느긋하게 누워서 냥플릭스를 시청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슬그머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차돌이와 우유가 둘이서 살기에 딱 좋은 집이면서 너무 크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콤팩트한 집이라 관리도 수월해 보였다. 게다가 안방에 퀸 사이즈 침대를 놓으면 최대 2명까지 숙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격도 마침 그 시기에 조금 저렴하게 나온 급매물이었다. 이거다. 이걸로 하자.
국제도시 송도에 냥옥집...?
계약 후 본격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려고 보니, '냥옥집'이라는 타이틀이 공간의 톤 앤 매너와 어딘지 맞지 않아 보였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일본의 유가와라 마이캣처럼 양옥집이나 시골집과 같은 단독 주택을 생각했다.
하지만 계약을 완료한 집은 도심지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블루와 그레이, 화이트 컬러의 '모던' 콘셉트의 공간이었다. '냥옥집'이라는 워딩이 상기시키는 시골스럽고 고즈넉한 이미지와 괴리가 컸다.
인테리어를 하기에 앞서서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냥옥집이라는 이름 대신,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되면서 공간의 기획 의도, 즉 유기묘를 입양하기 전에 함께 살아보고 배워보는 공간이라는 점을 전달하기 쉬운 워딩이 필요했다. 단순히 이름 짓기가 아닌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