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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집사 Sep 16. 2023

#14. 고양이 여관, 어디가 좋을까?

냥옥집 오픈 준비하기


어디로 가야 하죠...?


유기묘 혹은 구조한 길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 함께 숙박을 하면서 반려인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 냥옥집은 어떤 도시에 어떤 건물에 어떤 형태의 공간으로 구현해야 할까?


초기에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는 일본의 유가와라 고양이 여관을 벤치마킹 했었다. 그래서 시골 관광지의 펜션과 민박집을 후보 공간으로 생각하고 펜션과 민박집이 대거 형성되어 있는 가평과 춘천 일대를 둘러봤다.



빈집을 찾아 돌아다녔던 김포시 하성면 일대

또한 김포 민통선 안쪽의 시골 빈집도 함께 검토했었다. 시청에 문의해 보니 월곶면과 하성면에 빈집이 많다고 해서 이 일대를 돌아다녔었다. 사실 빈집을 활용하면 시골 공동화 현상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빈집을 활용하면서 유기묘 입양 문제도 해결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사회적 효과.


또 인스타그램에 나올법한 멋진 한옥집도 후보군에 두고 검토했었다. 경상북도와 충청도 일대에는 조선시대 만석꾼이나 양반 가문이 살던 비어 있는 한옥집들이 많았는데, 시골 공동화 현상으로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지 못하고 방치된 곳들이 상당히 많았다. 조금만 수리를 한다면 문화재도 보존하면서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넘사벽 수준의 한옥 매입 가격으로 데스크 서치 단계에서 깔끔하게 포기했지만.

냥옥집을 구현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 다녔던 지역들

그렇게 펜션과 시골 빈집을 찾아서 파주, 가평, 춘천, 김포 등등 수도권 일대를 둘러봤었다. 차가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걷고 또 걸었다.





뭐가 됐든 고양이가 먼저다.


하지만 임장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왜냐하면 유가와라처럼 한 공간에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생활하다가 손님이 오면 이동을 해서 다른 공간에서 잠을 자는 방식은 고양이들의 영역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자신의 영역에서는 안정감과 자신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역을 벗어나게 되면 불안감과 공포를 느낀다. 또한 야생에서는 모계 혈통 중심으로 소규모로만 무리 지어 생활을 하는 습성을 보인다. 즉, 불규칙적으로 자신의 영역이 바뀌고 한 공간에서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함께 생활하게 되면 고양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 마일리지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고양이의 영역 스트레스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다양한 형태의 질병과 문제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으므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물론 한 공간에 여러 마리가 생활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보다 많은 손님들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 그 첫 시작점을 나는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노랑이와 노랑이의 친구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 고양이들의 입장에서 살기 좋은 최적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


어떤 공간을 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때, 매스컴에서는 연일 부동산 가격 폭락 사태를 보도하고 있었다. 동시에 빌라 전세 사기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수가 점차 늘어났다. 당시에 뉴스를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와 빌라에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국은 63퍼센트의 가구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형태의 주거 공간에 거주한다. (2021 인구주택총조사결과) 말하자면 내가 사는 집이나 친구가 사는 집이나 그 구조와 형태는 비슷비슷하다는 의미다. 면적의 차이, 위치의 차이, 내부 인테리어의 차이가 있을 뿐 아파트든 빌라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집의 내부 구조는 비슷비슷하다는 의미다.


냥옥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기묘 입양이다. 그리고 이 입양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내가 고양이를 반려할 때의 삶을 최대한 생생하게 느껴야 한다. 즉, 냥옥집에서의 반려 생활 경험은 내가 사는 집과 최대한 비슷한 공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반려인이 되었을 때의 삶을 쉽게,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골집도 한옥집도 펜션도 올바른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아파트라는 공간으로 선택지를 좁히는 순간, 의사 결정은 심플해졌다. 타겟 고객인 2040 소비자들은 대부분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므로 냥옥집 역시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에 만드는 것이 논리적으로 딱 들어맞았다.


이제 어떤 도시 혹은 어떤 지역이 좋을지만 결정하면 된다. 과연 어떤 도시에 냥옥집을 오픈하는 게 좋을까? 접근성이 좋으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스타트업이 버틸 수 있는 비용 조건을 충족하는 도시는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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