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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ving Tree Aug 03. 2016

그림 그리기는 언제나 옳다!

Violet Oaklander는 “Windows to Our Children”이란 책에서 특별한 치료적 개입 없이도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서술하면서 이것을 기반으로 하여 치료사가 그림 그리는 과정에 적절하게 개입함으로 서 일어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 


1.     아이에게 그림을 그리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게 한다 –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치료사에게 나누고 있는 것이다. 

2.     아이에게 자유롭게 자신이 그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에서 아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아이의 그림에서 다양한 부분적 이미지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고 깊게 설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그만큼 자신의 그림을 깊게 이해하게 된다. Ex) 단순히 모양, 색깔이라든지 표현하고 자 한 것, 물건과 사람에 대한  질문을 통해 아이의 묘사를 이끌어낸다. 

4.     아이가 그림이 되어 보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기를 묘사하는 연습을 한다. 

Ex) 나는 이 그림이에요. 내 몸 위로 다양한 색깔들의 선과 모양이 지나가고 있어요. 

5.     그림에 나타나는 요소중 하나를 자신이라고 했을 때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하게 함으로써 아이의 사회성이나 관계에서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다. 

6.     그림에 나타나는 요소들을 매개체로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느끼고 어떤 부분에서 에너지를 잃어버리는지 알아볼 수 있다. Ex) 얘는 지금 모하고 있어? 어디 가고 있는 거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아이의 대답이 제한적이라면 그림의 다른 부분들로 옮겨 다니며 질문을 이어가 본다. 

7.     그림에 나타나는 구성요소들 (모양이나 캐릭터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여 아이의 현실적인(실제 상황에서 나올 법 한) 관계패턴을 읽어본다. 

8.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적, 신체적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목소리 톤, 몸의 자세와 얼굴 표정, 움직임의 모양들이 아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9.     그림을 매개체로 표현한 감정이나 생각들이 실제로 아이가 느끼는 것들인지에 대해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물어볼 수 있다. 

10.  그림에서 발란스가 깨지는 부분 (대게는 공백이나 색깔과 모양에 있어 조화가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다. 

11.  치료사가 흥미롭게 느끼는 부분들을 나눔으로써 아이에게 그림에 대한 혹은 아이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Dr. Oaklander는 아이들이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에는 한계가 없다 (“There is no limit to what achild will do in the attempt to take care of her needs”)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은 일련의 경험들로 이루어져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아기들도 울음으로 자신의 불편함을 알리고, 자신의 요구가 적절히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아닌지 경험함으로써 자기의 가치에 대한 틀을 세워간다.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이 강한 아이가 새로운 환경을 탐색할 때 안전에 대한 민감함으로 인해 탐색이 그때마다 좌절이 된다면 아이는 적극적이고 호김심 많은 아이가 아니라 산만하고 위험한 행동을 잘하는 아이로 부정적인 자아상을 쌓아갈 것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을 계속 지적받는 다면 아이는 섬세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 사회성이 부족하고 소심한 아이라는 자아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잘못 만들어진 자아상은 아이들의 행동과 정서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많은 아이들이 사실 이런 불공평한 평가에 대해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이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기 속으로 숨는 아이도 있고, 오히려 지적받는 행동을 더 많이 해서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받으려고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완벽 주위적 성향이 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이런저런 모양으로 살아남기 위해 정서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 애쓴다. 공격적이거나, 화를 심하게 낸다거나, 산만하다거나, 심하게 내성적이거나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여러 가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한다거나 할 때 그 모든 현상들은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정서적 필요를 채우고자 하는 이유 있는 노력들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더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받고 지지받는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어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어쩌면 우리 자신들도 그런 세상의 왜곡된 평가를 받아온 피해자들 아닌가? 나 또한 엄마가 되어보니 내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아이와의 그림 활동을 포기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아이가 그려놓은 그림 안에서만큼은 나도 그도 서로를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에게 그림은 너무나 솔직한 날것의 언어다. 그림은 아이들이 어떤 판단도 받지 않고 자신의 있는 행동,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받는 경험을 제공한다. 치료사나 어른들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더 깊게 자신을 이해하고 인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그림이 가진 힘이며 가치다.


그림 그리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은 우리 아이와 3분 정도 가볍게 찌끄리기 시작한 그림이 20분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직 소근육 운동도 어눌하고난화기에 머물러 있는 (실제로 아직까진 그다지 남다른 창의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ㅋㅋ) 아이의 그림이지만 분명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한 동기와 집중력과 생각과 사고를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 많은 발전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음에 큰 발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우리 그림 그리자!’라고 외치는 그의 말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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