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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Jul 22. 2020

유니온 스퀘어_뉴욕 샌드위치의 정수

알리도로 Alidoro

동그란 빵 사이에 다진 고기를 뭉쳐 구운 패티를 것으로 정의하는 햄버거와는 달리 어떤 빵이든 채소와 햄류, 고기류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넣으면 되는 샌드위치가 더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선한 재료를 쌓기만 하면 되는 샌드위치를 요리라고 하기 좀 그렇지 않느냐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반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빵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면 조리라고 할만한 행위가 없으니.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맛있는 집이 평범한 집들 사이로 통통 떠오른다. 그리고 알리도로의 시그니처 샌드위치를 맛보면 고민하게 된다. 샌드위치는 요리가 아닐까 하고. 비슷한 재료들을 조금씩 바꾼 것 같은데 소스와 주재료가 바뀐 것으로 맛은 천차만별 바뀐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은 맛있는 빵.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들은 그냥 먹어도 매력적인데 샌드위치가 되는 순간 조화로운 시너지를 내뿜는다.


뉴욕의 많고 많은 샌드위치 집 중, 최고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알리도로를 언급한다. 뉴욕의 수많은 미디어에서 최고의 샌드위치라며 호들갑스럽게 칭찬해 대는 소호의 ‘알리도로’는 끼많은 미대생의 작업실처럼 꾸며진 귀여운 가게였다. 1986년에 오픈해 지금까지 점심시간 무렵이면 순식간에 가게가 사람들로 가득 차며 시끌시끌해진다. 한쪽에서 쉴 새 없이 프로슈토(절여서 말린 햄)가 썰려 나오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주문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지 않다.

유니언 스퀘어 쪽 알리도로는 이른 점심시간 무렵부터 근처에서 일하는 뉴요커들이 와글와글 모여드는데, 취향이 다양하고 까다로운 미국인들에게 그 정도의 인기를 구가한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이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건 만국 공통인지 어쩔 수 없이 일정 시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 빠른 속도로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넣고 빼가며 주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수룩한 여행객인 나는 그 무리에 끼지 못하고 멍하니 감탄하며 보고 있다가 겨우 시그니처 샌드위치 하나를 받아 들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혀를 놀라게 하는 건 신선한 프로슈토. 절묘한 간에 적당한 식감, 다른 재료들과 어울려 입안에서 섞이는 내내 느낄 수 있는 그 신선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음? 하며 맛을 다시 곱씹게 된다. 향긋한 루꼴라가 내 취향의 채소이니 질 좋은 루꼴라를 이렇게 듬뿍 넣어준 샌드위치를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에 샌드된 빵은 어느 빵집에서 공수한 건지 샌드위치용으로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맛이 좋다.


샌드위치는 좋은 재료를 무조건 많이 넣는다고 좋지 않다. 빵과의 밸런스도 있고 맛과는 별개로 먹기에 불편해지기 쉬운 아이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우리에게는 할 필요 없는 걱정이기도 한 이 문제에 나는 생각보다 많이 부딛쳤다. 베어 물기 너무 커서 해체해 먹어야 했다든지, 소스가 줄줄 흐른다든지, 내용물이 밖으로 끊임없이 튀어나온다든지... 알리도로 샌드위치도 꽤 큰 편에 속했지만 놀랍게도 그런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설마 이렇게까지 호들갑스럽게 샌드위치 칭찬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알리도로의 샌드위치를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칭찬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걸.



샌드위치가 맛있으니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다양한 샌드위치가 욕심난다. 테이블에 놓인 가게 측에서 추천한 다른 메뉴들 역시 그렇다. 먹을 것에 욕심내는 사람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위치 : 18 E 39th St, New York, NY 10016

전화 : 646-692-4330

오픈 : (월-금)08:00-16:00, (토-일)휴무

홈피 : www.alidoro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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