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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ertee May 02. 2024

책임감이란

연휴에 <백만 엔 걸 스즈코>를 봤다.

노매드 같은 인생을 살다 어쩌고 하는 스토리도 좋았지만 아오이 유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와 진짜 예쁘다’ 했다.

‘마지막 20대에 이런 청순하고 호기로우면서 청순하고 깨끗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누려야겠으며.. 어쩌고…’하며 갑자기 엄마를 흔들어 깨워서 ‘엄마 엄마 나 파마해야겠어. 엄마 가는 미용실 있어??’ 했다.

그렇게 가게 된 동네 미용실. 여기서 아오이 유우 히피펌(절대 아오이 유우 얼굴이라거나.. 분위기라고 하지 않았다. only 그녀의 ‘히피펌’)과 삶의 태도에 대한 배움을 얻어왔다.

어떤 머리를 하고 싶냐는 물음에 준비해 온 사진을 보여드렸다.

힐끗 보시곤 바로 마치 그 오래전부터 그 머리를 해주기 위해 기다려왔다는 듯이 빠르게 내 머리카락의 속성을 파악하시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상했는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아무런 펌도 염색도 하지 않은 신생아의 머리와 같으며… ‘


에피 1.

펌을 하기 전 머리를 감겨주셨다. 두피 손상을 최소로 하기 위해서 거의 바르고 씻어낸다는 느낌만 주는 세척이었다.

다 감고 미용사님께서 약을 준비하시는 동안 두피가 약간 가려워 긁적였더니 바로

“가려워요? 아니 잠시만요~”

(두피 빗 같은 걸 들고 오셔서) “여기? 여기? 어때요? 시원해요?” 하며

한참을 긁어주셨다.


에피 2.

펌을 위한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 시간. 이 지루하고 긴 시간 동안 잠시 졸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한 두 번 정도 끄덕였나..

미용사님께서 “졸려요? 피곤하죠?!” 하고 바로

“이리요 와봐요. 자아~” 하시며 헤드레스트가 있는 의자에 앉게 했다.

‘아 머리를 살짝 기댈 수 있게 해주시나 보다’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자~” 하시며 거의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처럼 뒤로 확 젖힌 후  의자 아래 있는 다리 아래에 엄청난 쿠션을 놓아주시더니 누울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자 지금 손님이 없으니까” 하시며 조명도 은은한 조도로 변경, 에어컨도 순풍 모드.. 미용실 수건으로 안대까지 만들어서 끼워주신다.

그렇게 한 40분 정도.. 편하게 누워서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에피 3.

드디어 펌을 다 하고 중화과정.

펌 마지막 단계에 중화를 경험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갑자기 차가운 중화제가 두피에 훅 느껴지면 갑자기 소름이 끼치며 추워진다.

나 같은 민감성 비염인은 이런 종류의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코가 반응을 하는데… 훌쩍이고 있으니 또 바로

“비염 있어요?? 아이고 힘들 텐데” 하시며 아로마 오일을 손에 가득히 발라오신다.

(손을 내 코 앞에 가까이하시며) “들이마시고~” “내쉬세요~”

“다시 한번 들이마시고~” “내쉬세요”

이렇게 5번을 한 다음 그 아로마로 승모에서 등, 어깨까지 마사지를 해주신 후에야 “좀 쉬세요~” 하시고 다른 손님께 가신다.


에피 4.

머리까지 감고 이제 펌은 마무리가 되었다.

내 머리는 직모에 완전 K-참머리이다. 뉴진스 생머리 저리 가라인 생생 생머리. 펌이 탐스럽고 젤리처럼 나오는 건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미용실에 간다.

이번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미용사님께서

“아아.. 풀리네.. 쳐지네.. 안 되겠다. 내일 혹시 시간 괜찮아요?”

“네? 네 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요? 내일 편할 때 한 번 더 와요. 한 번 더 해야겠어요..”. “힘들 텐데 이거 머리 하면서 앉아있는 것도 지치죠. 그래도 내일은 한 번 더 하는 거라 오늘의 반밖에 안 걸릴 거예요.”

하신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20대에게 이런 배려는 어색하다. 적극적인 도움보다는 안전한 무관심을 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사람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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