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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프러스 Dec 23. 2023

3. 아기는 예쁜 옷엔 관심 없어요

어느 아이의 탄생

내 안의

악마를

마주하는 순간


최근 부부싸움 중 아파트에서 홧김에 아기를 던져 사망케 하고, 아기가 운다고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들게 때려 결국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아이 낳기 전엔 '저런 능지처참할 놈' 이러고 지나갔다면 아이를 낳은 후에는 그 고통받은 아이가 내 아이에 겹쳐 보여 고통이 생생히 전달되었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지.. 그 경이로운 탄생 이후 세상의 따스함 한번 느껴보지 못한 채 떠난 아이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는 부모를 만났다면 저런 비극을 맞이하지 않았을 텐데요. 어떤 사정으로 아이를 낳았건 아이는 탄생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존재인데 어느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저런 악마를 뉴스에서 보면서 스스로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몇 날며칠을 홀로 아이를 돌보다 몇 시간을 떠나갈 듯 우는 아기를 보고 무서운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향해 화를 내고 정말 이성이 끊기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싶을 만큼 감정이 고조된 적도 있습니다.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이 가장 고통스럽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제대로 못 자고 새벽에도 몇 번씩 깨서 아기를 돌보는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끔찍한 생각에 쉽게 지배되더라고요. 내 안의 악마를 마주하게 된 거죠. 이제 뉴스에 나오는 건 내 차례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잠이 든 아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죄를 지은 느낌이었어요. 왜 나처럼 멘이 약한 엄마한테 와서 고생이니 하면서 아기를 보며 울었죠. 아이를 키워봤다면 한 번씩은 이런 위기의 순간을 맞이했을 겁니다.


아기는 예쁜 옷엔

관심 없어요


그토록 사랑하는 아기인데 내 정신이 이기지 못해 아기를 해한다면 이런 비극이 어딨겠어요. 밤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이 되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국민템이란 장난감을 사고 예쁜 옷을 고르는데 시간과 정성을 쏟으면서 왜 감정을 다스리는데 시간을 쓰지 않을까.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아기가 오가닉 100% 옷이든 나일론이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부모가 고급모빌을 사주든 당근으로 중고품을 사 오든 아기는 일절 관심 없습니다. 얼마나 양육자가 밥 잘 주고 기저귀 잘 갈아주고 잘 안아주고 사랑을 주냐가 중요하죠.


아기는 단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고 모든 걸 울음으로만 표현하기에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불안, 초조, 짜증, 화라는 감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요. 이런 내 감정을 잘 다스리는 연습이 육아에 가장 기본이겠죠. 저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얼마나 잘 다스리냐의 문제겠죠. 격하게 울거나 떼 부리는 아이 앞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꼭 만들어 놓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저도 아기였을 때 뉘어놓으면 안으라고 그렇게 울었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친언니에게 아이가 왜 이렇게 보챌까라고 물으니 '업보'라고 하더군요. 전 이제 아이가 울면 '내 업보 내가 푼다'생각하고 네가 설마 24시간을 울겠니 하면서 참아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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