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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Feb 17. 2022

정직하게, 착하게는 살 수 없는 세상

그래서 앞으로는 정직하지 않게, 악하게 살아보려구요?

정직하게, 착하게 세상살이하려는 게 참 힘들다! 그치?


온갖 부정부패에 나쁜 짓만 하는 사람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아. 그치?


어떤 사람들은 몇 십억, 몇 백억 원을 빼돌려서 걸렸는데 

고작 몇 년 감옥 갔다가 나온다면, 

연봉으로 따져보니 할만한 짓이었던 것 같아. 그치?


남들 속이고, 등쳐먹고, 사기 쳐서 번 돈으로 

비싼 변호사 사서 이리저리 법망을 다 빠져나가고,

그렇게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를 넘어 세상은 그렇게 사는 게 현명한 것 같다고 체념하게 되지. 그치?


그래서 정직하게, 착하게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들 합디다.




그럼 우리 모두 정직하게 살지 맙시다.

정직하게, 착하게 사는 게 오히려 더 힘들고, 더 손해보고 사는 것 같잖아요.


그렇게 하나, 둘 더 나아가 집단적으로 올바름에 외면하게 되고


'남들도 그러는데 나도 그럴 수 있지',

'어차피 나 아니더라도 다른 놈도 그럴 건데 뭘',

'양심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서서히 불의에 익숙해지고, 악에 물들어가게 되는 거야. 


선하게 살자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삐뚤어질 테다' 작심한 처음에는

양심이 외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나 홀로 괴로워하고,

이게 정말 올바른 걸까, 내가 이래도 될까 하는 고민으로 마음이 어지러워.


두근거리는 심장과 행동 하나하나에 극한의 스트레스를 느끼겠지.


근데 반복되다 보면 양심이란 놈은 

알람을 끈 탁상시계마냥 존재하는지도 모르게 되고,

서서히 계획적으로 나쁜 생각을 하게 되며,

예전에 느꼈던 스트레스는 스릴과 신선한 자극이라고 느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조차 무감각해져 버리지.




이번에는 리더 또는 대표로서 막연한 선한 품성에 대한 비판이자,

아이러니하게도 정직하게, 착하게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누구나 선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일부러 악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착하게 살고는 싶은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이런저런 상황에 떠밀려서...

원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될 때가 있을 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으로 흠결을 중시 여기는 사람일수록,

사업을 하기가 쉽진 않은 편이야.


손익을 따져가면서 

쟁취해야 하는 일이 연속인 일상을 

마치 고고한 선비나 철학자의 마음으로 감당하기엔

이 바닥이 참 어려워. 


그래! 지옥을 표현한다면, 아귀들의 전쟁터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어렵고, 불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고 할지라도

현실 속 지금의 내가 만신창이가 되어 힘겨울지라도

내 안에 선한 부분 결국은 모든 상황 속에서 승리하는 삶이 되길 소망하면서 이 글을 남겨.



1. 차카게 살자


막연하게 착하게 사는 척을 노력하는 건 참 바보 같더라구.


직장생활 또는 일상생활에서 "나이브하다"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을 거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뭔가 좋은 말인가 보다고 넘어갈 수도 있어.


이봐! 나이스 한 거랑 나이브한 거랑은 전혀 다르다구.

혼동하지 마.


만약 누군가 네게 "너 나이브한 거 같아~"라고 말했다면,

뼈 있는 말로 널 때린 거라는 걸 알아야 해.


짧은 영어 실력 덕분에 어감상 좋은 뜻 같기도 하고, 

뭔가 칭찬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친구가 있을까 봐 

우선 naive라는 뜻을 살펴 볼게

(나도 영어/국어 실력이 형편없기에 사전을 참조했어)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소박하다" 

"(경험, 지식 부족 등으로) 천진하다"

"(모자랄 정도로) 순진하다"라고 정의되어 있어 


또한

naive도 사전적으로는  

"단순한, 세련되지 않은, 생각이 얕은"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여기서 살짝 감이 오지 않아?

순진한 거랑 착한 거랑은 달라.


곰곰이 생각해봐. 

지금의 내가 나이브한 건지, 나이스 한 건지.


내가 사업을 하면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성경 구절 중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더라 그러므로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는 말이 있어.


와.... 세상 살아가는 우리에게 딱 맞는 맞는 상황이잖아. 

이리와 같이 우리를 노리는 많은 유혹과 불의가 있는데...

막연하게 순한 양처럼 있다가는 순식간에 먹이 신세가 될 거야.


그러므로~~~

그러므로~~~

그러므로~~~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라고 알려주지.


뱀 같이 지혜로우라는 말이 막 남들처럼 사기 치고, 

흉계와 간계로 이득을 취하라는 뜻이 아니야.


정직하고 선하게 살되, 지혜롭게 살아가라는 뜻이야.

나이브하게 살라는 게 아니라고.


플레이 펌프(Play pump)라는 사업이 있었어.

남아프리카와 모잠비크에 마실 물을 얻기 위해 수십 리 길을 걷는 사람들을 돕고자

여러 디자이너와 기업가들이 힘을 모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빙글빙글 돌리면서 노는 놀이기구인 

이른바 ‘뺑뺑이(roudabout)’와 펌프 기능을 합친 발명품을 만들었지. 



뺑뺑이를 돌리면서 노는 동안 자연스럽게 땅속의 물을 퍼 올릴 수 있어 

아이들을 놀게 하면서 마실 수 있는 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참 선한 의도로 시작된 좋은 비즈니스 사례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뒷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어.

이 기구는 물을 얻기 위한 노동으로 변질되어 

아동들에게 강제적으로 뺑뺑이를 타게 하는 강요가 시작되었고,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하루 종일 이걸 돌리도록 했어. 

나중에는 마을 여성들까지 동원되어 물을 긷는 수단만 남아버리게 되면서

결국 처음 의도한 바와 달리 악용되어버린 케이스가 되었지.


게다가 비싼 기구를 

수익화하기 위해 이런저런 광고판을 넣고, 

기구를 유지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더 늘어나다 보니

결국은 사업이 중단되고, 기구들이 하나 둘 고장 나면서 

후원금, 지원금은 모두 소진되어 버린 비즈니스로 기록되었어.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게 하려면

따뜻한 마음뿐만 아니라 차가운 이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매우 공감하게 되었어.


막연하게 착하게 살려고 하기보다는

세련되게 착한 삶이 되도록 해야 해.


주관이 있어야 하고, 철학이 있어야 하고,

기준이 있어야 하고, 계획이 있어야 해.

스스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 해야만 하는 건지에 대한 구분이 확실히 되어야 하지.


정직하고, 착해서 살기 힘든 세상이 아니라

순진해서 살기 힘든 세상이 아닐까?



2. 나이브 한 대표는 호구가 되기 십상이야.


일단 나를 희생하고, 상대방을 맞추다 보면...

이용당하기 딱 좋은 호구가 되어 버려.


비즈니스는 기브엔 테이크가 되어야 하는데 

한없이 퍼주다간 결국 다 잃어버리게 되는 게 현실이더라구.


사업에 있어서 지금 당장 더 줄 수는 있어도,

그 이유가 나중에 더 회수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해.


근데 확실한 목적 없이 막 퍼주고, 뒷일을 생각지 않다 보면...

어느새 나는 자선사업, 아니 그냥 호구 짓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걸 깨달았을 때, 둘러보면 이미 나는 소문난 호구가 되어 있어.

그렇게 나이브한 대표는 자신(ego)을 잃어버리게 되지.


나이브한 대표는 사실 남에게 피해 주고 싶어 하지 않아.

근데 그 마음이 거의 강박증처럼 따라다니면서

'나는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라는 착각 속에서 자기 위안하지.


그래서 거절을 잘 못해.

남의 시선에 신경 쓰이고, 그렇게 살아왔기에...

혹시 거절을 하면 상대방이 실망할 까 봐,

혹시 나에 대한 평판이 바뀔까 봐,

혹시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까 봐

거절에 익숙하지 못한 나를 볼 수 있어.


하지만 말이야.

진짜 진짜 진짜 중요한 건

남들이 부탁하고, 도움을 청할 때...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여유, 능력이 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중요해.


도와주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도울 수 있는지 판단하라는 말이야.


실제로 내 경험상

이것저것 막연하게 도와주려고 하다가

내 본업에 지장을 주게 되어 가족과 직원들에게 민폐가 되기도 했어.

그러다 보니 중간에 내가 도와주던 것도 흐지부지 중간에 드랍되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차라리 처음부터 거절하거나 다른 분을 소개해주는 게 나았다고 생각해.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남에게 착하게 보이려고 하지 말고,

나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남에게 착하게 보이려는 것은 선함이 아니라 기만이야.

남에게 올바르게 보이려는 것은 정직이 아니라 위선이야.


우리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이스 한 척하는 거랑

내가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이스 하게 사는 거랑은 엄연히 달라.


우리는 나 자신에게 "나이스(nice) 하다"라는 말을 듣는 대표가 되어야 해.




3. 정직함이 바보 같아 보임에도 정직하게 살자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그렇게 차가운 이성과 분별력을 가지고도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간다고 손해를 보지 않는 건 아니야.


때로는... 아니 어쩌면 일상적으로...

정말 올바르고, 정의로우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임에도

나의 희생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어.


정직함이라는 건 다른 덕목들과 달리

본질적으로 중간 지점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렇다/아니다의 두 가지 길 밖에 없거든.


뭐 적당히, 이 정도만 정직하자라는 걸

정직하지 않다는 뜻이야. 


누가 봐도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누구에게는 유도리가 없다고,

누구에게는 타협할 줄 모른다고 한 소리 들을만한 상황이 있기도 해.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어.

(기회비용: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하는 것 중 가장 가치가 큰 것)


정직과 선함이 주는 가치가 내가 잃는 것보다 큰 지 작은지에 대한 판단을

남의 기준으로, 세상의 기준으로 정하지는 말아야 해.


세상이 악하기에 나도 악해진다라는 변명 뒤에 숨으려 하지 마.

세상이 악하기에 나라도 선하게 살아야 한다라며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성인군자가 되기 위한 것도 아니고,

혼자 유별나게 튀려고 하는 행동도 아니야.


나에게는 떳떳하려는 발버둥이야.

세상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야.

그게 지금 당장은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아.


그렇지만 나는 믿어.

그래도 이 세상이 불합리와 상식이 무너져 악해 보여도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여전히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뉴스나 언론, SNS나 유튜브에서 그다지 언급되지 않지만

정직하게,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거야.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거고,

너도 그러한 고민을 하기에 이 글을 읽고 있는 거고,

그렇게 미미하지만 세상은 조금이나마 바보 같은 선한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이건 너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는 건 아냐.


다만 한 번쯤은 네가 이런 걸 고민하게 되는 때가 올 때,

참고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기록하는 거야.


특히 나의 경우는, 

겉만 어른이 된 착한 아이 증후군이랄까? 착한 사람 콤플렉스랄까?


그렇지만 내 마음과 달리 여러 유혹에 타협하고,

남에게 말 못 할 부끄러운 과거의 내가 가끔 떠올라서 이불 킥하기도 하고,

신 앞에서 떳떳하지 못할 나를 돌아볼 때면,

그 와중에도 도와달라고 기도하는 나 자신이 참 가증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어.


이 글을 쓸 때, 원래 제목은 "나는 바보였다(4)"였고,

사업을 하면서 내가 참 바보 같았다는 회고와 반성을

고백하고자 타이핑을 치기 시작했지.


나도 여전히 나이브 해.

정직하지 못한 결정과 선하지 못한 선택을 하기도 해.


그렇지만...

다음에 같은 상황, 동일한 갈림길 앞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습관처럼 편한 결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

나의 양심이 울리는 알림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


정직하게,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거야.

나에게 떳떳하게 나이스 한 사람이 되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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