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야, 누구나 과거는 있잖아.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해.
만약에, 사진이 있다고 치자.
아, 왜 저기 사진관에서 인화하는 사진말이야.
그런데 그 사진을 돈 주고 예쁘게 인화해놓고는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내버려두면 어떡해.
아니, 그 사진은 누군가가 발견해서 치우거나 꾸미거나 다른 사람한테 전해지는 게 아니면 그 자리에서 계속 그대로 있을 거라고. 그렇잖아?
그럼 그 사진은 돈도 시간도 공도 들여놓은 건데, 먼지 쌓여 덮여버리면 쓰냐, 아깝잖아.
그러니까 나는 말이야. 그 사진이라는 거 이왕 뽑은 거잖아?
그럼 나는 예쁘게 닦던지, 아니면 조그만 액자에 끼우던지, 책갈피로 쓰던지, 어떻게든 할 거야.
야야, 있잖아 왜 그 과거라는 것도 똑같은 거 아닐까?
과거라는 것도 가만히 내버려두고 괄시하면 아까 그 사진처럼 그대로 거기에 머무르는 거잖아.
야, 그럼 잘못된 걸 고쳐야겠다고 느낀 점이나 아니면 행복해서 좋았던 점을 찾아서 내일이라는 밥상에 한 숟갈 올려보면 어떨까.
여태까지 우린 내일은 알 수 없지만, 어제는 생생하게 잘 알고 있잖아.
우리가 왜 내일은 모르지만, 왜 어제는 알고 있는지, 왜 있잖아, 우릴 만든 신은 애초에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
야 그럼 우리, 예쁘게 액자에 담아두고, 내일 그걸 보면 어떨까.
그럼 나 아침마다 오늘 했던 얘기가 생각나겠지.
야야, 또 근데 몰라. 이게 무뎌지면 과거로 묻히겠지.
내일 당장 잊을지도 모르는데, 너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