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풋내기 채용교육팀장의 실패
HR Head 성장기
조직개편이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인사본부의 채용과 교육팀장의 전출이었죠. 큰 회사들은 6개월마다 정기적인 인사발령이 있곤 하는데요. 채용팀장은 사업부 인사팀장으로,
교육팀장은 OutPlacement 프로젝트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당시가 2016년이었는데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한 시점이라 제 위에 계시던 교육팀장님이 부담스러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며 저는 갑자기 홀로 남게 됐습니다.
채용팀도 팀장이 전출돼다보니 팀원 2명만 남게 됐죠.
어느 날 본부장님으로부터 호출을 받습니다.
"자네가 채용교육팀장을 맡아주면 좋겠어.
채용과 교육을 하나로 합칠건데 자네가 팀장에 도전해봐"
이 때가 입사 6년차... 아직 풋내기에게 매출 2조 회사의
채용교육팀장 자리가 맡겨졌습니다. 팀원은 단 2명이었죠.
제가 첫 회사를 택한 이유가 "빠른 성장"이었기에 선택에 대한 가치관과는 일치합니다만, 부담감이 심했습니다.
배경을 알아보니, 저를 사업부에서 데려오면서 기대가 크셨는데 제가 교육팀장 밑에서 본연의 역량을 100%발휘하지는 못한다고 보셨고, 다소(?) 도전적인 역할을 맡겨 저를 돕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듣게 됩니다. 고마움 반, 원망 반 감정이었죠.
기대하셨던 역량을 발휘 못한 것은 사실 맞습니다. 당시 교육팀장님은 혼자 일하시는 스타일이셨고, 그 밑에서 배우며 실무를 돌리는 것에 나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도 팀장님께 로열티를 보여드리며 일하지 못했고 작은 일에 부딪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잘못도 컸던 것 같습니다. 리더가 중요합니다. 팀원의 마음가짐도 중요하겠네요. ^^
우여곡절 끝에 채용교육팀장을 맡게 되고 인수인계를 받으니 난제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채용의 난제는 크게 3가지였어요.
첫째, 회사가 어려우니 신입채용은 금지한다.
둘째, 경력사원은 검증이 어려우니 계약직으로 뽑는다.
셋째, 성장은 해야하니 매장 판매직원 채용은 지속한다.
교육의 난제도 3가지였습니다.
첫째, 핵심가치교육을 강화할 것
둘째, 방과 후 교육으로 모두 전환할 것
셋째, 일부 교육은 통폐합 할 것
요약하면 활황 때가 아니니 되도록 사람 관련 비용은
줄이고 내실을 기하되 향후를 준비하라는 것일 겁니다.
신입채용을 없앤 이 결정은 3~4년 후 큰 역풍으로 다가옵니다. 막상 활황인데 키워놓은 인재가 없어서 사업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죠.
한번 없앤 교육은 맥과 강사가 키워지지 않아서 마찬가지로 3~4년 후 적지 않은 후폭풍을 불러오게 됩니다. 컨텐츠의 흐름이 끊겼고 교육의 why에 대해 직원들이 공감하지 못하게 되죠.
어쨌든 당시 저는 직책은 높았지만 일개 대리였기에
본부장님의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뽑아놓은 신입사원들은 바로 본사에 배치하기 보다는
매장의 아르바이트들을 내보낸 빈 자리에 보내 판매업무에 동원하고, 진행 중이던 교육은 중단하는 등 HR 커리어 중에서 꽤나 마음이 무거웠던 시기였었습니다.
더불어 미래를 준비하는 채용교육 큰 그림 전략도 요구를 받았는데 당시 제 팀원이 그만두게 되면서 저는 업무와 리더십 부분까지 타격을 받게 됩니다. 2조 회사 채용교육팀이 단 2명이 돼버린 최악의 상황이 온 거죠. 불황이 그렇게 무서운 줄 그 때 알게 됐습니다.
팀원도 없고, 저도 멘탈이 붕괴된 상태가 되니 자연스럽게 성과가 나오지 않게 됩니다. 큰 그림도 그려지지 않게 되고, 회사 실적도 자꾸 곤두박질 치게 되었고 인사본부도 계속 인원 감축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회사가 한 순간에 기우는 모습을 목도하며 HR의 무력함에 스스로에게도 실망하던 시절이었죠.
이 시기는 6개월 정도 지속이 됐고 결국 인사부장님이 교체가 됩니다. 전방위로 리더들이 교체되었고 HR도 책임을 함께 지게 된 것 같습니다.
배운 것은 3가지 입니다.
불황의 시대에는 호황을, 호황 때는 불황을 HR이 슬기롭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첫번째 교훈입니다.
호황의 시기 때에 너무 큰 고정비 세팅이 있었습니다. HR도 사람을 TO보다 과하게 채용한 면도 분명 있었고, 사업부문도 임차료가 큰 거점에 BEP 고려 없는 문어발식 매장확산 실수가 있었습니다.
HR은 해당 산업을 반드시 이해하고, 산업에 적합한 인재상을 그려 인재 확보 큰 그림을 짜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교훈 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첫 직장의 산업과 인재상을 이해하고 큰 그림까지 그려 실행한 경험도 있지만, 당시의 저는 산업에 대한 이해가 얕았습니다. 사업부를 다녀왔음에도 말이죠.
HR이 기능적인 역할에만 머물면 안 되고, 산업 깊은 곳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야 사업도 성과를 내도록 도울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뛰어난 팀장도 팀원의 도움 없이는 성과 내기 어렵다는 교훈 입니다.
제가 채용교육팀장이 되고 1달이 채 되기 전에, 밑의 팀원이
이탈을 했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저의 리더십이 당시 성숙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컸고, 해당 팀원이 내심 팀장을 기대했던 것도 사유였습니다. 아무튼, 팀원이 없다보니 생산성이 급격하게 하락했고 채용교육팀장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위 3가지 교훈을 뒤집어서 실행하겠죠. 다행히도 당시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수 년 후에는 성공경험을 갖게 됩니다 :)
다음 회에서는 인사의 꽃, 인사기획으로 이동하여
생활한 경험을 풀어보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