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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사업무로 복귀 (HRD)

HR Head 성장기

by 이직한 인사선배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HR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커리어의 중대한 결정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HR 커리어를 포기하고 사업부로 향한 것은, 사업부를 경험해 보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경영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와 도전도 컸기에 당시 제 고민의 깊이는 깊었습니다.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는 제가 가진 강점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통찰력과 사람을 향한 관심.

그것이 그나마 제가 가진 강점이었습니다.


반면 사업에 대한 통찰력과 제품/서비스를 향한 저의 관심은

더 이상 자라지 못했습니다. 업종이 저와 맞지 않는 것도 있었고, HR에서 빠른 성장을 경험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사업부에서 인내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복귀한 HR 첫 업무는 인재개발 파트였습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영역이었고, 위에 과장님 한분이

계셨는데 혼자 일하시는 스타일이셔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인재개발을 잘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타인의 성장을 기쁨과 보람으로 삼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타인의 성장에 대한 것을 KPI화 하여 스스로 측정하고

더 나은 커리큘럼, 프로그램, 강사를 섭외하고

준비하는 분들이 HRD를 많이 하십니다.


인재개발 업무를 6개월 동안 진행하면서

타인의 성장을 보람으로 삼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명은 "타인 성장을 내 성장처럼 기뻐할 것" 이었겠네요.


타인의 성장보다는 제 자신의 성장에 더 관심이

많았던 저 이기에, 인재개발 업무를 하며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2~3가지 큰 프로젝트를 통해 채용에 이어 교육 파트에서도 일정부분 경험을 갖추게 됩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상위직책자 리더십 교육이었습니다.


몇 백억부터 몇 천억을 책임지는 리더들을 금, 토요일마다

모아두고 리더십과 다양한 인간관계 스킬들을 학습시키는 것 이었죠.


방식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액션러닝(Action Learning)기법을 썼습니다.


과제를 주고 한 주간 실행하게 합니다.

그리고 금, 토요일마다 모여서 조별로 둥그럽게 모여 앉히고, 한 주간 실행하면서 본 것 / 깨달은 것 / 느낀 점을 돌아가며 발표하게 합니다.


서로를 통해 자극 받고, 남의 경험을 듣는 훈련을 하게 하고,

남에게 설명하므로써 본인의 지식을 정리하는 기회를 갖게 하는 의도였습니다.


더불어 필독서를 1권씩 주마다 꼭 내줬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경영에 필수적인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마찬가지로 돌아가며 쉐어하게 했습니다.


한편으로 리더들마다 처해 있는 매출/실적 환경이 다르기에

특히 실적이 어려운 곳 위주로 본인들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 조언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도 제공했습니다.


2~3달 이런 과정이 진행되자 물론 체력적으로 어렵다는 불평도 나왔습니다만, 서로서로 끈끈함이 생기고 실제 도움을 주고 받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액션러닝의 장점은 대학교의 강의식 교육/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실행해 보고, 궁금했던 것들을 서로 물어보며 해결하게 함으로써 실제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 입니다.


단점은 교육팀 입장에서는 진행과정 체크와 소통에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걸립니다. 중간중간 리더분들에게 연락을 드려 진행상황을 물어도 봐야 하고, 진도가 느린 분들은 따로 챙겨 드려야 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죠.


그래도 복기해보면 액션러닝 기법만큼 효과적인 교육기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교육담당자들이 좋은 강사, 좋은 교재를 찾는 데에 바쁜데 실제 그들이 실행을 하게 하고, 서로를 통해 배우게 하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교육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실행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중간관리자 교육 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상위 직책자로 가기 위해 도전을 하는 분들의 모임이었죠.


이 분들은 실제 액션러닝을 하기 위해 일정한 지식을 넣어줘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육 방식을 "과제점검 / 과제수행도에 대한 측정 / 노출을 통한 경쟁 / 포상" 의 방식을 씁니다.


커리큘럼도 '재무제표 보는 법, 인재를 뽑는 법, 인재의 강점에 맞게 경영하는 법, 상품/서비스를 기획하는 방법, 고객조사 방법' 등으로 꽤나 알차게 꾸렸습니다.


상위 직책자로 가기 전에 필수적인 지식들을 넣어 주고 경쟁시키는 방식은 나름 효과적이었습니다. 다만, 강사의 수준에 따라 전수되는 지식의 깊이에 차이가 크게 났고 1~2번의 강의로 지식을 넣어 줄 수 있다는 믿음도 잘못된 것이라는 피드백을 했습니다.


그래도 교육 대상자들은 일과 시간에 실제 성과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배우게 되니 만족도는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브 프로젝트도 했는데 무시무시한 '전직원 교육' 이었습니다. 방식도 어마무시했는데 전직원 설문을 통해 '듣고 싶은 교육'을 받고, 그 교육에 맞는 사내강사 20~30명을 세팅하여, 한 날 한 시에 큰 장소를 빌려서 단 한 번에 교육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0-


사내강사를 찾고, 그들이 강의를 준비하게 한 것과

오프라인에서 마치 컨퍼런스 축제를 연 것은 의미가 깊었지만 그 모든 것을 세팅하고 운영한 저는 굉장히 고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전직원 교육은 뭔가 대단한 지식이 남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 남의 암묵지가 나의 암묵지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사내강사들이 남습니다 그들이 긴장하며 교육을 준비하고, 같은 동료들에게 자신의 성공경험과 지식/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정을 통해 사내강사들이 성장하게 됩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을 경험해 가며 약 6개월 동안 인재개발을

경험합니다.


인재개발을 통해 '섬기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퍼실리테이터'의 중요성도 배웁니다.


내 성장도 중요하지만, 남의 성장을 돕는 것도 참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좋은 질문과 진행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교육담당자의 할 일이라는 것도 배웁니다.


또한 여러 리더들을 교육을 통해 접하고 관찰하면서,

리더가 갖춰야 할 소양과 좋은 컨텐츠들을 어린 연차였던 시기에 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인재개발에 조금씩 적응을 하던 와중에,

회사로부터 채용교육팀장 발탁의 명령을 받습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팀장 발탁이라니

그리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입사 5년. 아직 대리인 시절의 실무자가

매출 2조 회사의 채용교육팀장이 된다는 것은

제게 너무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채용교육팀장으로 겪었던

여러 실패사례들을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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