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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0년만에 HR Head가 되다 (2)

HR Head 성장기

by 이직한 인사선배

지속 성장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언젠가 내가 떠나도 이 조직이 무너지면 안 된다.




제 작은 다짐이었습니다. 먼저 지속성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HR 선배들이 야심차게 계획한 프로젝트들로 인해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평가제도를 바꾸고, 승진 체계와 시스템 등을 흔드는 것은 HRer에게는 유의미한 경험입니다. 경력 포트폴리오에 1줄 멋지게 쓸 수 있죠. 그런데 바꾸거나 도입한 제도가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구성원들이 제도로 인해 힘들어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적합했던 걸까요?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HR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그리고 내가 떠나도 시스템을 남겨두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16화. 10년만에 HR Head가 되다 에서 이어집니다.

사업부문의 혁신 바퀴가 돌아가면서 한숨은 돌렸지만, 실적이라는 건 언제든 변화합니다. 고객의 니즈가 빠르게 변하기도 하고, 경쟁사가 출현하기도 하며, 우리 내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이기도 합니다. 가끔 정부규제나 코로나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영향을 주기도 하지요.


HR은 우리 내부의 대처역량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데요. 요약하면 결국 "인재경영" 이겠습니다. 삼성의 인재경영 철학이 참 맞는 이야기인데요. 소수의 핵심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인재를 키우는 것은 말은 쉬워도 기업의 핵심역량입니다. 저는 종합예술이라고도 표현하고 싶어요.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지, 교육은 무엇으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배치는 어떻게 할지, 발탁과 동기부여는 어떻게 할지 등 말이죠.


그런데 핵심인재를 키우려면 텃밭이 있어야 합니다.

즉, 신입이든 경력이든 사내에 인재POOL을 만들어여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저와 CEO는 정기 신입공채를 선택합니다. 모험이죠.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회사에 공헌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입사 후 3년 뒤부터 라고 합니다.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봐도 빨라야 2년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잘 키워두면 경쟁사에서 자꾸 데려 갑니다. 죽 쒀서 남을 주는 상황이죠.


그래도 저는 신입공채를 택했는데 크게 2가지 이유였어요.

첫째는, 사명 때문이었습니다. 잘 키운 인재들이 그만두거나 경쟁사로 가더라도 하자. 대학생들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니까. 장기적으로 다 고객이다.


둘째는, 신입을 통한 조직의 지속성장 촉진이었습니다. 새로운 피의 수혈은 활력을 가져옵니다. 열정에 찬 신입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신입의 성장을 선배들이 돕는 문화가 갖춰져 있다면 그들도 금방 제몫을 하기 시작합니다.


글로 쓰면 '뭐 신입채용 한 거네' 하시겠지만 이 구조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HR팀과 조직 전체의 합이 잘 맞아야 합니다. 잘만 돌아간다면, 새로운 인재가 계속 성장해서 치고 올라와 발탁이 되기 때문에 기존 인재들도 안주할 수 없게 됩니다. 시장을 확대하거나, 실력으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건전한 경쟁의 장이 이뤄집니다. 부가적으로는 경력사원의 인건비는 신입에 비해 높기 때문에 회사 운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아낀 돈은 성과급으로 다시 직원에게 돌려주면 됩니다.


채용에 대해서는 글 하나에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주제인 '내가 떠나도 온전한 조직 만들기'로 넘어가 볼게요. 결국 영속할 수 있는 시스템 입니다.


IT시스템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지식경영의 토대구축인데요. Head부터 내부에 갇히지 않고 계속 외부를 만나며 배우고 그들의 원리를 내재화 하는 것 입니다.


CEO와 22년 한 해 정말 깊게 인재경영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그 시작은 우리보다 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는데요. 그들이 생각하는 인재상, 시장의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듣고 계속해서 우리와의 GAP을 찾아가 메꾸는 것입니다. 특히 인재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기획자의 감이 중요했다면 잘하는 곳들은 데이터 전문가가 붙어서 기획을 돕고 있었습니다. 데이터 전문가들은 대략 특정학과 또는 특정경력을 보유한 사람들이라는 일관성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우리안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CEO와 본부장, 경영진들과 검토하여 바로 해당 조직을 구축하고 (경력자 포함), 신입채용에서도 그 싹이 있는 자원들을 뽑기 시작합니다.


저와 Ceo가 보여주니 사업부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모두가 행정업무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경쟁사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응하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각 팀장들의 다음 타자들을 배치하고 육성하기 시작합니다. HR 교육 커리를 확정하고 저 뿐만 아니라 각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팀원/팀장들을 강사로 세워 서로 배우고 학습하고 공유하기 시작하죠. 자칫 내부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들어서 외부 세미나나 포럼에 전원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사업을 하는 조직도 유기체와 같다고 보여요.

계속 움직이고 외부 반응을 통해 변하고 성장해야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HR이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는 그 변화를 직접 촉진하거나 인재를 통해 변화를 장려하는 거죠.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운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잘 나가던(?) 제가 스타트업 CHO로 이동하게 된 이유를 말씀 드리는 것으로 해서 본 "HR Head 성장기" 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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