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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4. 2024

둘째 예찬론

이거슨 다둥이 출산 장려인가, 만류인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첫째를 낳고 둘째가 생기기 전까지 무지막지하게 고민을 했고(오죽하면 브런치 첫 글이 '그래서 둘째는?'이겠는가)

https://brunch.co.kr/@howyoung/2


둘째를 낳고도 한동안 ‘낳았으니 최선을 다해 키우겠지만, 역시 나는 깜냥이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며,

https://brunch.co.kr/@howyoung/58


동생을 포함한 주변인들이 둘째 고민을 이야기할 때면 “아니야, 왜 그래~ 굳이? 다시 생각해” 농담 반 진담 반 만류하곤 했다.




엄마 7년 차, 다둥이맘 5년 차가 되면서 인내심 한 스푼, 체념 한 스푼 더해졌을 수는 있겠으나, 기본 그릇이 커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지만 둘째가 세 돌이 지나면서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 ‘둘이! 알아서!!!’ 노는 시간이 절정에 다다른 요즘, 주말 아침에는 두 시간 이상을 거뜬히 노는 덕분에 무려 8시 반 넘어까지 자고 있는 ‘육아 황금기’를 맞은 사람으로서 <다둥이 예찬론>을 펼쳐본다.



유전자의 신비

이건 사실 애를 하나만 낳아도 느낄 수는 있다. 이런 것도 닮는다니! 왜 하필 이걸 닮았지? 남편과 내가 어쩜 이렇게 교묘하게 섞였지?

하지만 둘이 되면 그 재미가 두 배, 아니 그 이상이다. 케이크를 먹어도 하나는 빵만, 다른 하나는 크림만 먹는다. 엄청 눈치가 빠른 녀석이 있는가 하면, 다른 녀석은 그저 마이웨이. 남매가 어쩜 이렇게 다르지? 오, 이런 점은 둘이 똑 닮았구나! 같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에 대한 집착

일단 기본적으로 뭐든지 열심히 하고, 모든 게 내 뜻대로 통제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종자로서 아이에 대해 ‘쿨’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육아에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물리적인 시간과 육체적, 정신적인 돌봄 노동이 수반되지 않나? 그렇게 키운 존재를 ‘육아의 종착지는 독립이다’, ‘아이는 나에게 찾아온 손님이니 잘 대접하고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아이가 둘이 되면, 집착을 덜고 싶지 않아도 덜 수밖에 없다. 내 몸뚱이는 하나고, 내 하루는 24시간이니까. 첫째를 들여다보고 연구하고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것처럼 할 수가 없어서 자연히 내려놓게 되는 것, 나는 그게 좋았다.



둘이 노는 시간 = 엄마의 자유 시간

둘째를 막 낳은 엄마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둘이 대체 언제부터 놀아요?”이다. 물론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처음 시작은 둘째가 20개월 무렵, 의사소통이 되면서부터였다. 이후 둘째가 ‘같이 논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된 세 돌을 기점으로 그 시간이 늘어났고,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베스트 프랜드’다.

요즘 우리 집에서는 ‘싸움 놀이’가 좋은 오빠와 ‘인형 놀이’가 좋은 여동생의 그 중간 어느 지점에서 타협한 것으로 보이는 놀이가 한창이다: 일단 시작은 각 인형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인형들 간에 상호작용이 있는데 스토리 중간에 자꾸 싸움이 발생한달까? 아무튼 자고 나면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되어있을지언정 “엄마, 놀아줘!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끼는 난, 엄마다.




하나 덧붙이자면, 둘째 엄마는 조금만 관리를 잘해도 칭찬을 받는다(개이득). 요샌 워낙 예쁘고 날씬한 엄마들이 많아서 애 하나로는 경쟁력이 없지만, 애가 둘이 되는 순간 “어머, 애가 둘이라구요오오~?” 놀라는 상대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아, 그래서 둘째 낳는 걸 추천하냐고 물으신다면… (이하 생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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