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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May 01. 2022

어떻게 해야 삶이 덜 힘들까요?

영화스님의 즉문즉답

화창한 봄을 알리는 5월의 아침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의 특권으로 늘어지게 늦잠을 자면서도 한편으로 오늘 일정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영화스님 (그러니까 미국의 큰 스님)이 한국에서 설교하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스님은 4월부터 한국에 머물고 계셨기에 그동안 법문을 들을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모두 놓치고 말았었죠. 그리고 오늘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열리는 마지막 날이었거든요. 하지만 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강연의 제목이었습니다. '정토법회!' 두둥,,  




정토법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듣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져 오는 불교 교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태어나서 바로 세례를 받은 카톨릭 모태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부모님을 따라 성당을 다녔고, 성인이 되어서부터는 교회에도 가보고 성당에도 다녀보고, 혼자 여러가지 책을 읽으면서 결국 모든 종교의 뿌리는 같다는 결론을 내린 터 였습니다. 최근에는 그 통합적 시각을 반영한 '기적수업'을 읽으며 '명상'을 하여 나름은 동, 서양을 꿰뚫는 마음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터 였습니다.



 제 이해에 따르면 '불교나 성당이나 교회나 그 뿌리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 같고' 그 형식만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절에서 가르쳐 주는 명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더 이상 불교에서 말하는 온갖 세세한 교리를 다 공부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엄두가 안났다고 해야 할까요? 그 많은 이론을 다 공부하려면 한세월을 해도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제 머리속에는 이미 심리학 공부와 성경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꽉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법문을 들으러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지만 저의 고민을 귀신같이 알고 계신 작은 스님이 문자를 넣어 주셨더군요. 오늘 10시에 마지막 법문이 있으니 꼭 참석하라고요. 


화창한 5월의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고민할 때 이렇게 한번 더 푸시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이 바로 움직이게 됩니다. 네비게이션으로 찍어보니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더군요. 바로 샤워부터 하고 부랴부랴 밥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날씨가 정말 화창한 날이더라고요. 오랜만에 서울 한중앙을 가로질러 남산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길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10분 늦게 도착했지만 강연 시작이 조금 늦어졌기에 늦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절에는 스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절인데 느낌은 성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피아노로 반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도 있었습니다. 합창단원들의 복장이 계량한복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었습니다. 




법문이 시작되니 예상했던 바 데로 제가 모르는 낯선 이야기들이 시작 되었습니다. 죽은 뒤 49일이 지나면 다음 생으로 넘어가게 되고, 그렇기에 49일간 현생에 남아 있는 영혼들이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이건 성당에서 연옥영혼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 밖에도 절에는 부처님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 많은 부처님과 그 많은 사바세계를 다 알려면 이 한평생 공부해도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음 세계의 일들을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그냥 이 삶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 다음 일은 속편하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면 어쩔??? (불손한 신자라 죄송합니다) 무튼 이런 불손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앉아 있었는데 저의 귀를 확 틔워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Q&A 시간에 사람들은 궁금한 것을 스님께 질문 했는데 그 답변이 너무 지혜로웠습니다. 



Q.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일어나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사는게 너무 힘듭니다.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사는 것이 힘들어 괴로워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덜 힘들게 살 수 있나요? 



그쵸, 복잡한 법문보다 이런 실질적 삶을 도울 수 있을때 이 모든 것들이 다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듣는 순간 바로 '저 질문에 과연답이 있을까?' 생각했죠. 모든 사람의 고민이지만 누가 어떻게 삶을 덜 힘들게 살 수 있도록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스님의 답변은 그 무엇보다도 지혜로웠습니다. 처음에는 본인처럼 거지 (스님들은 돈을 벌지 않고 빌어 먹으므로)가 되라고 우스갯소리로 답했습니다만 이내 진지하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A. 복을 많이 쌓으세요. 

삶이 힘들다는 것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좋은 일은 어떻게 해야 일어날까요? 복을 많이 지었을 때 일어 납니다. 은행에 돈이 있어야 돈을 꺼낼 수 있는 것처럼 복이 많아야 거내쓸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좋은 아이들을 얻고, 좋은 배우자를 얻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십시오. 


평상시 남을 돕고, 사람들에게 배풀면서 복을 많이 쌓으세요. 돈을 번다는 것이 남을 속이고, 남의 것을 빼앗아서 버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번 돈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고, 그렇게 돈을 번 사람의 가정은 돈이 많아도 불행할 것이고 아이들은 제멋대로 자랄 것입니다. 


남을 해치지도, 판단하지도 말고, 욕하고 저주하지 마십시요. 할 수 있는 만큼 남을 도우십시요. 돈이 있다면 돈을 주고, 시간이 있다면 시간을 주십시요. 우리 모두는 베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선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은 일이 일어나고 삶이 덜 괴로워질 것입니다. 


Be a good person.




와우. 마지막 5분이 2시간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불교의 법문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지혜로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아마도 말씀을 들으러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사람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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