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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Dec 19. 2023

서울의 봄 리뷰- 1. 사람들을 움직이는 무서운 힘

누가 리더십이 바르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했던가. 

지난 주말에는 정말 백만년 만에 영화관에 갔다. 결혼하고 신혼 초에는 주말마다 영화관에 갔었던 것 같은데 코로나가 터지고 난 이후로는 극장과 담을 쌓았었다. 오랜만에 팝콘 냄새가 나는 영화관에 나들이를 가니 다시 연애를 하는 시절로 돌아간 것 처럼 기분이 상큼했다. 우리가 보고 나온 영화는 상큼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말이다. 


요즘 정우성이 나오는 영화가 다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 아무 정보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티켓을 끊고 바로 극장으로 들어가서 볼 때 영화는 가장 재미 있다! 2시간 반이나 하는 영화를 정말 한 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본 것 같았다. 역시 비트며 아수라와 같은 명작을 만든 감독 답다. 아 정말 잘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뭐라 했는지는 아직 찾아보지 않았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 조직생활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생각 중이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1. 누가 리더십이 바르고 정직한 것이라고 했던가 - 사람들을 움직이는 무서운 힘  

2. 조직을 망가뜨리는 사조직의 힘 

3. 무능한 상사가 어떻게 조직을 망치는가 

4. 전세를 뒤엎는 정신력 




누가 리더십이 바르고 정직한 것이라고 했던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사람들의 분노지수가 치솟아서 온라인 상에서는 애플워치로 심장박동수를 올리는 챌린지까지 일어났다. 나라를 지키려는 주인공과 나라를 뒤엎으려는 악당의 싸움. 이렇게 주인공과 악당의 대결로 볼 수 있는 이런 분명한 대결구도 속에서, 대한민국 관람객들은 모두 정우성을 응원하면서 손에 담을 쥐었을 것이다. 1212사태에서 누가 이겼는지, 그 뒤로 나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뻔히 알면서도 이 싸움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승리하기를, 그 결말을 알면서도 계속 응원했다. 누가 보아도 이겨야만 하는 악당과의 피말리는 싸움, 이 싸움에서 주인공을 응원하지 않은 자가 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는 바르고 정직한 사람을 응원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자에게 끌린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자 하던 정우성은 고립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고 탐욕스러운 전두광은 나라를 차지하여 대통령이 된다. 이처럼 바르고 정의로운 자는 외면 받고 야심차고 사악한 (?) 자는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더 큰 영예를 누리는 것이 쓰라린 현실이 아닐까. 이렇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끌리는 자들에게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조직 내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바르고 정직한 것이 아닌 그 무엇에 이끌린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힘이 되어서 종국에는 '힘을 가진 자에게 끌리거나, 힘을 가진 자를 따르거나, 힘을 가진 자에게 굴복하는' 현상으로 관찰된다.  


전두광에게 사람들이 자석처럼 끌려가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다. 그들은 지나친 야심으로 인해 누가봐도 과도한 욕심을 내는 전두광의 편에 서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이된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맹세하며 하나회에 충성했고, 그 세력은 말단 군인부터 시작해서 국방장관까지 당시 군부세력 내에 권력을 가진 모든 핵심 인물을 다 포함할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형성하게 되었다. 전두광은 이런 세력을 등에 엎고 그는 나라마저 전복해 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분명히 바르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끌려가게 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전두광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이끌어 줄 강력한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 ' 


라고 말하는데 사이비종교나 독재자에게 열광하는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그 말이 정답이었고, 그런 그가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르치듯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 요즘 시대의 사람들에게 전두광의 대사가 아직도 통용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형태가 어찌 되었건 간에 요즘에도 사람들을 끌어 당기는 매력을 가진 인물이 있고, 그런 인물들을 중심으로 힘과 권력이 쥐어지게 된다. 


여러분은 어떤 특성을 가진 인물에게 권력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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