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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여러 번 변신한다

by 마음정원사 안나


산책을 하다가 나무에 이상한 것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 곤충인 것 같은데 온 몸의 색깔이 싯누런 데다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 이상했다. 보통 한 마리가 붙어 있어도 징그러운데 두 세마리, 뒤로 돌아보니 입사귀에도 세 네마리가 다다다닥 붙어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으윽' 하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동시에 이 괴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얼굴을 들이밀고 가까이서 관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이것은 살아 있는 곤충이 아니었고, 매미가 성충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벗어 놓은 껍데기였다.


매미는 종에 따라 땅속에서 5년에서 17년까지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서 기존의 껍데기를 탈피하고 늠름한 성충의 모습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벗어 놓은 껍데기는 떨어지지도 않고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이렇게 나무에 붙어 있게 된다. 자세히 보니 성충이 된 매미가 기존의 자신을 감싸고 있던 틀을 찢고 나온 흔적이 보였다.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곤충은 이렇게 변신을 하고 바뀔 때마다 매 단계에서 기존의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틀을 깨고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다. 나무에 화석처럼 남겨져 있는 매미의 껍데기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 인간도 살아가면서 여러 차례 변신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 있던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독립을 하는 때, 그리고 직장을 다니다가 조직을 벗어나서 나만의 일을 시작하는 때.


껍질을 깨고 나온 매미의 몸은 기존 기존의 껍데기의 사이즈와 비교하여 월등히 큰 모습이었다. 이렇게 큰 몸이 어떻게 저렇게 작은 틀 안에 담겨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미가 탈피를 하는 데에는 3-4시간이 걸린다. 인간의 시간으로 보았을 때는 짧은 시간일 수 있으나 5년에서 10년을 사는 매미의 입장에서는 아주 긴 시간이다. 그동안 매미는 안간힘을 써서 껍질을 벗어난다.


어쩌면 당신이 지금 현실이 갑갑하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크기보다 더 작은 틀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그 틀이 당신을 보호해 주고 성장하게 도와주었을 것이지만, 이제는 당신에게 더 큰 껍데기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쓰는 것은 이렇게 기존의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탈피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안간힘을 쓰는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 하고 세상을 향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도 변신을 한다.

그리고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른인 당신도 몇 번의 변신을 더 앞두고 있다.

그러니 애쓰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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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png 매미의 탈피 과정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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