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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Aug 04. 2020

여자는 사무실내 권력싸움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가?

 프로답게 참가하라

우리 회사에는 모두를 다 휘어잡는 쎈 언니가 있었다. 내가 그 언니를 인정하게 된 것은 그분이 이끌던 팀원들 때문이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승진을 하여서 남자로 가득한 팀을 홀로 이끌게 되었는데 그 팀원에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 남자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덩치도 크고 업무에 있어서도 베테랑이어서 웬만한 다른 성인 남자들도 다루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랜 경력으로 자신의 영역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자들인 만큼 누구의 터치도 용납하지 않았고, 상대방의 실수에도 관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쉽게 주장을 굽히지 않아서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정평이 나 있었다.


언뜻 보아도 매우 우려스러운 조합이었다. 그녀에게 앞으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근데 어깨를 다독여줬던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그녀는 멋지게 팀을 이끌어 나갔다. 고집 센 황소 같던 남자들이 그녀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해졌다. 그녀는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애쓰는 모습도 전혀 없이 무심하고 여유롭게 황소 무리를 몰고 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구가 두쪽이 나도 안 들어줄 것 같던 부탁도 그녀가 한마디 하면 바로 YES로 바뀌었다. 그 모습은 놀랍다 못해 신기할 정도였다. 어째서 그들은 그녀 앞에서 이렇게 고분고분 해 졌을까? 심지어 그녀는 그중 나이도 제일 어렸는데 말이다!


파워게임에 프로로 참가하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는 남자들의 플레이를 잘 알았다. 한마디로 파워게임에 참가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감정적이지 않았다. 항상 적절한 거리를 뒀기 때문에 친절할 수도 있었지만 쓴소리도 할 수 있었고, 누군가 비난을 해 오더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 심리적 적정거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동요하지 않았고, 이런 태도는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주어서 그녀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너무 진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허점을 보이지도 않았으며, 대신 "겨뤄줄 만한"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적절한 공격과 방어로 어떤 상대와도 멋지게 플레이를 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게 내가 본 그녀의 성공 요인이었다.



반면에 나는 최대한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담아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했다. 때문에 누군가에게 쓴소리를 하기를 굉장히 어려워했고, 누군가 나를 공격해 올 때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 로버트 그린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그 어떤 것도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플레이를 하는 것이고, 그것은 대부분 '나여서'가 아니라 '나의 자리와 위치'로 인해 받게 되는 피드백 들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감정을 싣는 건 아마추어다

남자들은 사회에서 권력 싸움을 한다고 하지 않나.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사무실에 있는 남자들을 운동장에 집합시키고 서열별로 일렬로 서보라고 하면 본인이 누구 뒤에 서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저런 야비한 종족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누군가의 위에 선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굴욕적이고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남자들의 세계에서 일하려면 이런 생각의 무게를 좀 가볍게 할 필요도 있겠다. '오만하게 제압하라' '권력의 법칙'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권력싸움은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최선을 다해서 임하지만 승부에는 깔끔하게 승복하는 것이 게임이다. 게임에 감정을 개입시키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이런 남성들의 소통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회사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항상 마음을 다해 일을 하고 때문에 자주 상처를 받으며 공격에 발끈하게 된다. 근데 남자들의 눈에는 이렇게 마음을 주어가며 성심성의껏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 미덥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들의 기준에서 이것은 게임이고 게임에 감정을 담아서 상처 받고 우는 모습은 가엽고 불쌍한 게 아니라 우습게 여기기 딱 좋을 뿐이다. 게임의 룰을 남성이 정하는 게 맞는지는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이다. 여성들의 참여가 많아지면서 앞으로는 이런 게임의 룰도 바뀔 것이라 생각된다. 근데 어쨌거나 현재 남자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판에 들어갔다면 우선 그 게임의 룰에 맞추어야 하는것이 현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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