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by 백홍시

다시 만난 우리는 말이 없었지

링거줄을 꽂은 채 힘없이 누워있는 환자복 차림의 너

그 모습을 마주하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니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병원 앞 노점에서 성의 없이 사 온 붕어빵 2천 원 치

다 식어빠진 붕어빵 한 마리를 네게 건네고 나도 하나 물었다


차가운 팥앙금의 싸구려 단 맛

입안에 단내가 남는 찝찝한 팥앙금에서

우리 그 옛날 싸구려 추억의 맛이 나네

그런 생각을 하며 응어리진 앙금을 한입 물었다


그래

수제 팥이 아닌 들 뭐 어떠냐

어기 저기 뭉쳐져 풀어지지 않았던 들 어떠냐

우리는 지금 싸구려 붕어빵을 입에 물고 있다

마주 앉아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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