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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y 02. 2022

최고의 리더 3인이 최악의 위기를 극복한 3가지 비결

철강왕이 '초대형 사고'를 저지른 직원을 처벌하지 않은 이유

안녕하세요. 홍선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3명의 기업인이 자신과 조직에게 닥친 최악의 위기를 해결해나간 3가지 비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박태준, 벤 호로위츠가 그 주인공들인데요.


IT‧스타트업 전문매체 <아웃스탠딩>에 기고한 원문 글에서는 3명 모두에 대해 다뤘지만 뉴스레터에서 이들 모두에 대해 다루기에는 분량의 한계가 있어, 이번 글에서는 박태준 포항제철 창업자에 대한 내용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세 명의 위기 극복 노하우를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이나미로 가즈오는 ‘투혼’, 박태준은 ‘우선순위’, 벤 호로위츠는 ‘정공법’이 될 거 같은데요.


이 세 명 중에서도 박태준의 사례를 뉴스레터에서 소개하기로 결정한 건 독자분들이 업무에서 벤치마킹하시기에 이 내용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44톤의 쇳물이 공장 바닥에 용암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던 대형 사고(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를 철강왕이 어떻게 수습해나갔는지에 대해 설명한 내용인데요.


특히 저의 주의를 끌었던 점은 박태준이 복구 작업을 모두 완료한 뒤 사후 처리 과정에 보여줬던 모습이었습니다.



박태준하면 원래 ‘호랑이 CEO’로 유명한 인물이죠. 


제철소 건설 당시 콘크리트 기둥이 조금 삐딱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는 현장 관리자를 불러 엄히 질책하고, 곧바로 인근 해병대에서 가져온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버린 일화는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박태준이 이 사고 때는 책임자에 대해서 문책도 처벌도 없이 넘어갔습니다.


“거기에 관련된 일은 이미 내가 다 책임지기로 위에 보고했어. 자네는 열심히 일만 하면 돼”


복구가 끝난 뒤 사표를 들고 찾아온 현장 관리자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그가 남긴 말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그가 어떤 식으로 갑작스러운 위기를 해결해나갔는지, 그리고 왜 대형 사고를 저지른 직원들을 문책하지 않고 넘어갔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박태준 외에 이나모리 가즈오, 벤 호로위츠에 대해 다룬 내용을 추가로 읽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아래 있는 <아웃스탠딩>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시곗바늘을 1977년 4월 24일 새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포항 영일만 바다에 먼동이 어른거렸던 이날 새벽 포항제철 제1제강공장에서는 ‘앗’이라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왔습니다.


졸음에 시달리던 크레인 운전 담당자의 실수로 전로(轉爐‧철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로의 한 종류)에 부어졌어야 할 펄펄 끓는 쇳물 44톤이 공장 바닥으로 마그마처럼 쏟아져내렸던 것이었죠.


단순히 공장 바닥에 쏟아진 쇳물이 강철막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공장 바닥에는 전체 제철 공정을 통제하는 데 필수적인 케이블들이 매설돼 있었는데요. 이 케이블들이야말로 공장의 신경망과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날 사고로 인해 제1제강공장 바닥에 매설돼 있는 케이블의 약 70%가 녹아버렸고, 총 142면에 달하는 운전조작실 계기장치도 불타버렸습니다. 공장을 가동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됐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강공장이 멈추게 됨으로써 해당 공정 앞, 뒤에 있는 다른 작업들도 조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됐는데요. 직원 한 명의 작은 실수가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타려는 포항제철 전체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출장 때문에 필리핀에 머물던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은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는데요. 다만 그의 목적지는 포항이 아니라 일본 도쿄였습니다.



명확한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라


사고 소식을 접한 박태준은 그 즉시 최단 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는데요.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지난해 일본의 제철소 두 곳에서 이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같은 사고를 겪었던 일본 제철소들인만큼 이곳에는 문제를 수습한 경험이 있는 기술자들이 있고,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의 경험과 기술, 지식을 빌려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습니다.


박태준의 간절한 요청을 받은 일본 제철업계에선 사고 수습 경험을 갖고 있는 기술인력들을 빠르게 파견했습니다. 사고가 난지 5일만인 4월 29일 기준 포항제철에 모여든 일본 기술자들은 47명에 달했습니다.


박태준은 일본 기술자들의 파견 문제를 매듭지은 4월30일에 포항제철에 도착했습니다. 그 사이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던 일본 기술자들은 사고 복구에 최소한 3, 4개월이 걸린다는 의견을 내놨죠.



그리고 이 같은 기간은 박태준과 포항제철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간이었는데요. 신생 제철소인 포항제철에게 3, 4개월 동안의 조업 정지는 생산량과 신뢰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특히 그 당시는 포항제철의 3기 건설공사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였기에 어떻게 해서든 복구를 위한 조업 정지 기간을 최소화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조업도 건설도 모두 엉망이 돼버릴 상황이었습니다.


박태준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최단 시일 내 복구 완료. 둘째, 조업과 제품 출하의 차질 최소화. 셋째, 사고원인 분석과 향후 대책 수립.”


(지금 이 글은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의 뉴스레터 <홍자병법>으로 보내드렸던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최단 시일 내 복구 완료라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박태준과 직원들은 한 달만에 불타버린 케이블을 모두 교체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포항제철의 이 같은 계획에 일본 기술자들은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모두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죠.


평균적인 작업 일정이라면 하루에 포설할 수 있는 케이블의 최대는 3000~5000m가량이었는데요. 


전원이 삭발한 채 작업에 투입된 포항제철 복구팀은 24시간 철야 강행군을 통해 하루에 최대 3만7000m까지 케이블을 깔 수 있었습니다. 평균적인 작업량의 7~12배가량을 달성했던 것이죠.


이 같은 혼신의 노력덕분에 포항제철은 애초에 세웠던 목표대로 한 달만에 복구 공사를 완료하고 다시 조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요.



위기 극복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박태준의 진가는 복구가 완료된 이 시점부터 보다 더 강하게 발휘됩니다. 


보통 이처럼 큰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책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처벌과 징계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책임자를 엄히 처벌함으로써 조직원들을 일벌백계해야만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죠.


하지만 박태준은 책임자에 대한 문책보다는 사고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담당자의 무능과 태만 때문에 일어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는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실수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는지를 면밀히 따져본 뒤 사안별로 다르게 대처했던 것이죠.



“거기에 관련된 일은 이미 내가 다 책임지기로 위에 보고했어. 자네는 열심히 일만 하면 돼”


복구가 완료된 이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 제강부장 신광식에게 그가 남긴 말인데요.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박태준과 포항제철의 임원들은 이번 사고가 과로로 인한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됩니다.


조종간을 잘못 건드려 공장 바닥에 펄펄 끓는 쇳물을 쏟아버렸던 크레인 담당 직원은 포항제철뿐 아니라 다른 한 곳의 회사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직장을 두 군데 다니고 있었던 것이죠.


한 곳에서 퇴근한 뒤에 곧장 다른 곳으로 출근해 일하는 생활이 반복됐으니 제대로 잠을 자거나, 쉬지도 못했죠. 이 같은 고질적인 수면 부족과 과로가 결국 대형 사고를 불러왔고요.


“우리는 직원들의 판단과 행동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평소에 올바른 판단력과 작업 습관을 훈련시키고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라”


사고조사위원회로부터 사고 원인에 대한 보고를 들은 박태준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조사위원회 위원들과 머리를 맞댔는데요.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천 방안을 내놓게 됩니다.


                                                                                                                

“단조로운 기계음을 상쇄하기 위해 라디오와 음악을 들려주자”


“야간근무는 8시간 내내가 아닌, 3시간씩만 하도록 교대시간을 조정하자”


“감독자를 늘려 자주 순찰하여 졸음을 예방해주자”


지금까지 살펴본 1977년의 포항제철 제1제강공장의 사고 수습 사례를 통해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데요.


박태준과 포항제철 임직원은 


①사고 발생 직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집중했고, 


②명확한 목표를 세운 뒤에는 조직의 모든 역량을 문제 해결에 투입했습니다. 


③사고를 수습해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뒤에는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정밀하게 조사했고, 


④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처방을 마련해 실천했습니다.


예상치 못 했던 위기가 발생하면 어느 조직이든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 같은 상황에 처한 조직이라면 박태준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접근법을 본받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됩니다. 


홍선표 레드브릭(RED BRICK) 대표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이나모리 가즈오와 벤 호로위츠의 위기 극복 전략에 대해 더 읽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아웃스탠딩>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s://outstanding.kr/crisisleadership20220429


(지금 이 글은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의 뉴스레터 <홍자병법>으로 보내드렸던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


(교보문고 북모닝 CEO 등 <CEO 추천도서> 5관왕에 선정된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를 읽으시면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 있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에 수록된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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