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et Married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erire Nov 02. 2023

남편, 아내

서로에게 해가 되어주기

결혼을 했더니 어제까지는 남자친구라 부르던 사람을 갑자기 남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처음엔 그 남편이라는 단어가 입에 잘 붙지 않아 많이 어색했다. 사실 지금도 은행이나 병원에서 우리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냐는 물음에 대답을 할 때면 세상에 없었던 단어를 뱉어 내는 것만큼이나 어색함을 무릅쓴다. “제 남편이에요.”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씨족사회를 기반으로 가족문화가 발전해 온 우리나라에서 특히 가족이라는 단위가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어제까지도 남이었으며, 헤어지면 남이 되는 그런 어찌 보면 느슨한 관계가, 어느 날 어느 관계보다 끈끈히 느껴지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끈으로 묶인다는 게 내게는 참 낯설었다. 그럼에도 내 가진 무엇이라도 주고 싶을 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결혼을 했으니 하늘이 두쪽 나도 서로의 편을 들어줄 든든한 가족이 생긴 것에는 틀림없다.


상술했듯 나에게 남편이라는 존재는 낯설고도 가까운, 가깝고도 낯선- 그런 신비로운 존재다. 그래서 한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남편이 어떤 존재인지를 많이 물어보고 다녔는데, 정말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어떤 사람은 전우라는 표현으로,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동반자라는 표현으로 각자의 남편을 비유했다. 아이가 좀 큰 어떤 사람들은 웬수나 아들이라고도 했다. 이렇듯 남편이라는 존재는 때로는 든든한 조력자처럼, 귀여운 철부지처럼 아내의 옆에 붙어있다.


“아내는 어떨까”하고 생각하면 난 늘 중학교 시절 한문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얘들아, 아내라는 말이 어디서 왔게?”라는 질문을 던지시고는 곧이어 답을 말씀하셨는데, 곰곰이 생각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버린 그 답은 “안 해.”였다. 집안일도 하기 싫으면 안 하고, 요리도 하기 싫으면 안 할 수 있어- 그래서 안 해라고 한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그다음에 하신 말씀이 아직까지도 참 따뜻하게 남아있다. “’ 집안의 해’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너희들은 나중에 결혼을 하거든 집안의 해처럼 고운 사람이 되어 대접받으며 살아야 한다.”


아내라는 말은 사실 어디에서 온 말인지, 그 어원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 뜻이 집안의 해라는 뜻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집 안이 더 따사로울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점점 온기가 사라져만 가는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만큼은 따뜻한 해가 되어줄 수 있다.. 고 얘기하고 싶어 이 글을 적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가 되었든 서로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기 시작하면 된다. 다른 것은 필요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 따사로워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한 결 쉬워진다. 이건 정말이다.


내 생각이 햇살처럼, 결혼을 망설이는 이들의 마음에 따스히 드리웠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생활"이라는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