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갑자기 철들면 죽는다는 말

남편이여 영원히 철들지 마라

by 리마인더



살면서 이런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 남자가 철들면 곧 죽는다는 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번 형성된 기질, 습관, 신념은 말 그대로 죽음과 같이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죽음 앞에서 바꾸지 못할 것 또한 없지 않나.







엔딩 노트(2012)의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는 건강검진을 통해서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되고 자신만의 엔딩 노트를 만들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본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 번도 찍어주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 일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하기" 등이다. 영화는 실제 인물의 상황을 그의 딸이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형식의 영화다. 삶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소망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드러내고 가족과 이뤄나가는 주인공을 보며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닌 삶의 완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영화를 보며 아빠 생각에 눈물도 많이 났지만 그만큼 또 웃고 미소 짓기도 했다. 엔딩노트에서 죽음은 한 남자가 다시 세상에 가슴을 열고, 인간성을 되찾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그래, 그런가 보다. 우리가 일상적이지만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고 이해하며 철드는 순간에도 노화는 가속도를 내며 일어나고 있을 거다. 철든다는 것은 성숙한다는 것인데 삶의 끝자락에서 깨우치게 되는 성숙은 어딘지 조금 슬프다.





엄마가 첫 아이를 임신해서 입덧 때문에 밥도 잘 못 먹을 때 큰맘 먹고 동네 슈퍼에서 김 몇 봉지를 사두었단다. 그걸 본 아빠는 얄밉게도 그 김 봉지를 호로록 찢어 탐스럽게도 밥을 먹었더랬다. 그렇게 눈치 없던 아빠가 50대 중반이 넘어서야 어디 외출하면 엄마를 먼저 챙겼고, 밖에서 부부가 밥을 먹으면 생선살을 발라 엄마 밥 위에 올려주기도 했다. 생일날 꽃 한 송이 선물 할 줄 몰랐던 남편이 잠시 몇 년 동안 다정했을 뿐인데도 혼자가 된 아내는 둘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벚꽃길을 보면 아직도 눈물이 난단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남자가 철들면 곧 죽는다는 그 말이 빈말인 줄 알았는데 참말이라고. 엄마는 철썩 같이 그렇게 믿게 되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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